MIT의 벤처업체 CFS, 11월 18억달러 조달
핵융합 핵분열 에너지보다 7배 높고, 핵폐기물, 핵 누출과 같은 위험 없어
재료는 우라늄이 아니라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소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핵을 반응시켜 에너지를 얻는다는 방식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실용화하는 데 있어서는 핵융합과 핵분열은 접근과 운영방법이 다르다.

핵융합은 원자핵이 합쳐지는 반응이다. 무언가를 합치기 위해서는 무거운 것보다 가벼운 것끼리 합치는 것이 한결 쉽다. 원소로 치자면 가장 가벼운 수소가 핵융합을 하기에 가장 적당한 원소가 된다는 말이다.

핵융합은 가장 효율이 높은 반응이다. 인류가 알아낸 그 어떠한 반응도 핵융합 이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내지 못한다. 원자폭탄과 원자력발전으로 대변되는 핵분열반응도 에너지 생산율이 핵융합보다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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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꿈의 에너지' 핵융합 발전이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흔한 수소를 재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핵융합은 핵분열과 달리 핵폐기물이나 방사능 유출 위험이 전혀 없는 지속가능 에너지다. [사진=Phys.org]

수소 1kg, 우라늄 1kg보다 7배 이상의 에너지 차이 나

우라늄-235의 1kg이 핵분열을 할 때 내놓는 에너지는 200억kcal 정도인 반면, 수소 1kg이 핵융합을 할 때 내놓는 에너지는 1500억kcal 정도이니 7배 이상의 에너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한 핵융합반응은 원료가 수소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소는 지구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물의 주요 원소이다.

게다가 방사성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 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이점들 때문에 핵융합에너지를 ‘꿈의 에너지’라고 부른다.

핵분열을 응용한 원자력발전은 원자로에서 방출되는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가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화력발전과 같은 다른 방식과 비교해 초기 건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에너지 생산 연료비가 월등히 싸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주 원료인 우라늄 매장량의 한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와 수명을 다한 원자로의 해체 문제 등이 단점이다. 후쿠시마 원전과 같이 대형사고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피해가 크다는 점 또한 단점 중의 하나다.

과거에는 상상만 했던,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진짜로 가능하게 해주는 진정한 꿈의 에너지인 것이다.

폐기물 걱정 없이 끊임없이 전력 제공하는 이상적인 에너지

핵융합 발전은 공기 중에 탄소를 방출하거나 환경에 방사성 폐기물을 버리지 않고 저렴하고 끝없는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다.

이 핵융합발전 과학자들은 이러한 희망은 숙달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핵융합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이제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벤처 투자가들은 2030년대 초까지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수십억 달러를 기업에 쏟아 붓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에너지부를 통해 기업들이 이런 종류의 에너지를 어떻게 현실로 끌어들일지, 그 연구를 위해 세금 공제 및 보조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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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에서 분사한 벤처업체 CFS가 개발한 핵융합 원자로 스파크(SPARC)의 모습. [사진=MIT} 

27일(현지시간)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 목표까지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가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신음하고, 기후변화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개발을 향한 전 세계 민간·공공분야 프로젝트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MIT에서 분사한 CFS가 개발한 핵융합 원자로 SPARC…18억달러 조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분사한 벤처업체 커먼웰스퓨전시스템(CFS: Commonwealth Fusion System)은 최근 자체 개발한 핵융합로 스파크(SPARC)를 통해 '순 에너지' 달성 가능성을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순에너지는 투입한 에너지보다 얻어낸 에너지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 업체는 이 성과를 앞세워 지난 11월 18억 달러(약 2조4천억원) 투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이 업체의 토카막 머신(tokamak)이 "순 에너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이 기계의 자석을 시험한 지 거의 두 달 만에 나온 것이다.

이 돈으로 CFS는 매사추세츠 데번스에 2025년까지 가동될 예정인 SPARC라고 불리는 핵융합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만약 그 모델이 순 에너지를 달성할 수 있다면, 이 업체는 이 전력을 2030년대 초까지 에너지 그리드에 연결하여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핵 과학자들에 따르면 도전은 여전히 존재한다. 핵융합 발전소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전력 관리 포맷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그리드(energy grid)의 상당한 재설계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융합발전에 의한 에너지 제공 가격은 여전히 너무 높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

MIT 플라즈마 과학 및 핵융합 센터 소장 데니스 G. 와이트(Dennis G. Whyte)는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위치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그것(핵융합 발전의 현실화)이 여전히 매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핵융합 첫 시도는 구소련… 미-소 공동 노력 지속되다 중단

핵융합 기술에 대한 탐구는 1950년대 즈음에 시작되었다. 당시 소련 과학자들은 토카막(tokamal)이라고 불리는 기계를 설계하였다.

토카막은 자기장을 이용하여 플라즈마를 가두고 수소 핵이 서로 충돌하는 데 필요한 엄청나게 높은 온도로 가열하는 도넛 모양의 장치이다.

그 후 몇 년 동안 일부 국가들은 핵융합 에너지가 전 세계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결정했지만,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1970년대 유럽 국가들은 ‘합동 유럽 토러스(Joint European Torus)라고 불리는 핵융합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은 핵융합 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결정했고, 국제 열핵 실험 원자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라고 불리는 국제적인 협력을 만들었다.

CFS의 CEO인 밥 뭄가드 박사는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지면 핵융합 발전에 의한 에너지 공급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MIT]

와이트 박사는 "미국과 소련 양국은 핵융합 과학 분야에서 함께 발전했으며 핵융합 반응을 지속하기 위해 섭씨 1억5000만도에 이르는 온도에서 플라즈마를 가열하고 유지하는 방법의 기본 원리를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 등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로 지난 20년 동안 이러한 국제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는 느려졌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에너지 대란으로 인해 핵융합 에너지 요구 절실

기후변화 해결책에 대한 연구가 더욱 절실해짐에 따라, 12개 이상의 민간 부문 기업들이 참여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2030년대까지 핵융합 발전소를 시장에 내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와이트 박사는 "이들은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를 뜨겁게 하고 핵융합 반응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게 만드는 반면, 다른 업체들은 수소 원자의 작은 알갱이를 폭발시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등 다양한 접근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 소수만이 지난 몇 년 동안 유망한 성과를 거두어 전례 없는 수준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CFS의 최고경영자(CEO)인 밥 뭄가드(Bob Mumgaard)는 “정부의 협력이 정말로 도움이 될 때”라며 “발전소 건설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에너지부의 대출 프로그램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약 400억 달러의 대출을 받아 에너지 업체에 지원할 수 있다.

벤처 캐피털 업체인 브레이크스로우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의 파트너인 필라로셸(Phil Larochelle)은 더 나은 자석과 같은 과학적 발전으로 값싼 핵융합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민간 자금이 높은 수준에서 핵융합 부분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라로셸은 앞으로 핵융합이 시장에 나오려면 아마도 정부와 민감 부분의 공식적인 비용 분담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나사가 우주 여행 혁신을 위해 스페이스X와 협력하고 있는 방법과 비슷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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