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최서준 기자 = 지난달 25일 국정원의 대화록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NLL 대화록 발췌본’이 악의적으로 편집·축약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2의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에 더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주요 인사들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는 의혹과 ‘대화록 사전 유출 문제’ 등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대선을 앞둔 정치공조 의혹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화록을 둘러싼 역풍이 심화되자 새누리당은 결국 국정조사를 수용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의 범위를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에 한정, 증인 및 참고인 채택 제한, 정상회담 회의록 문제 차단 등 비협조적 태도로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녹음파일에 대한 자료제출요구안을 의결했다. 국익을 위해 법률로 기밀에 붙이도록 한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는 ‘불법행위의 합법화’라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 ‘적반하장’, 사태 심화시켜

당초 새누리당은 국정원과 발맞춰 ‘노 전 대통령 NLL 포기발언’ 주장을 밀어붙였다. 그러다 정작 대화록에 ‘NLL 포기발언’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허위주장을 펼친 셈이 됐음에도 이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대화록 사전유출’, ‘박근혜 후보캠프 연루’ 의혹 등을 제기한 야당을 비방해 공방을 벌이며 본질 흐리기에 나서는 뻔뻔함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적반하장식 태도는 국민의 정치냉소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권영세 새누리당 대선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의 발언이 담긴 녹취를 공개하면서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2007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활용할 방안을 검토했고, 집권 뒤 이를 공개할 계획을 언급했다고 폭로하며 박근혜 후보캠프의 직간접적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자, 새누리당은 사안의 본질에 대해선 입 다물고 곁가지인 민주당의 공개방식을 트집잡으며 적반하장식 책임회피와 의제호도에 나섰다.

또한 같은 날 대선 당시 박 후보 캠프의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대선 때 이미 대화록을 입수했다’고 발언해 대화록 사전유출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새누리당은 꿋꿋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화록 공개를 기점으로 촛불정국이 현실화되고 북한 측이 27일 긴급성명을 통해 대화록 공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역풍이 불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8일 “여야 한 목소리로 NLL 수호의지가 변함없음을 국민 앞에 밝히자”며 난데없이 ‘영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담는 공동선언’을 제안하여 탈맥락적 책임회피의 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전문과 대화록 발췌문의 내용이 달라 악의적인 짜깁기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인 NLL관련 발언도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건 옛날 기본합의서 연장선에서 협의해나가기로 하고” 등의 발언은 빠져있는 등 전후맥락이 의도적으로 삭제되기도 했다. 심지어 아예 있지도 않은 내용이 발췌문에 기록돼 있기도 했는데, 새누리당이 문제지적해 온 “북핵은 방어용”,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 등은 전문에는 없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정원 대통령 선거개입이라는 점이다. 더 이상 ‘의혹’도 아니다. 언론들이 일제히 ‘의혹’이라고 보도하는 것 역시 물타기다. 국정원이 ‘전임’ 이명박과 ‘후임’ 박근혜를 위해 선거에 개입한 것은 쿠데타에 준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국정원을 해체시키고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는 게 당연지사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적용했던대로 따지자면 박근혜 현 대통령 역시 탄핵감이다.

공작에 의해 비겁하고 부끄럽게 대통령이 되었으면 진심으로 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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