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①] 박근혜 시대에 부활하는 민영화의 재앙

[트루스토리] 윤한욱 기자 = 날이 갈수록 박근혜 정부의 맨 살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특히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여론과 반발을 의식해, 교묘하고도 우회적인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쟁 도입’, ‘민간 위탁’, ‘규제 완화’, ‘단계적 매각’ 등의 표현을 동원해서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다. 철도, 가스뿐만 아니라 의료, 상수도, 공항, 은행 등 다양한 분야의 민영화 정책이 선별적,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거나 추진될 예정이다. 민영화를 막지 못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이 박탈된다. 그 반대편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벌특혜가 존재한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서민들의 삶은 민영화로 인해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며,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트루스토리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민영화의 실체를 짚어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민영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회기반시설과 공공서비스의 상당수가 이미 민영화되었다. 그리고 민영화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민영화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KT이다. 두 사례는 공공서비스가 기업의 먹잇감이 되면서 정부와 시민의 주머니가 어떻게 털리는지, 그 과정에서 국민과 노동자에게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지하철 9호선을 보면 민영화가 보인다

 
서울에는 민영화된 지하철이 있다. 바로 이명박 오세훈의 작품인 지하철 9호선이다. 1~4호선과 5~8호선은 서울시의 지방공기업인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지만, 9호선은 민간 기업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이 운영한다.

지난 2012년 4월15일, 9호선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메트로9호선이 돌연히 기본요금 50% 인상을 통보한 것이다. 서울시와의 협의도 없는 일방적 ‘전쟁선포’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맥쿼리의 ‘첨단금융기법’과 의도된 경영난

주식회사인 메트로9호선은 경영난 때문에 지하철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메트로9호선에 따르면 경영난의 주요 원인은 1820억원이나 되는 누적 적자였다. 그런데 적자가 발생한 까닭을 살펴보니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적자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막대한 이자 비용이다. 2009년 개통 후 3년 간 이자로만 무려 1000억원을 썼다. 문제는 메트로9호선이 장기차입금에 대해 매우 비싼 이자를 물고 있다는 점이다.

메트로9호선의 주요주주는 현대로템, 맥쿼리인프라, 신한은행, 포스코ICT, 현대건설 등이다. 알고보니 이들이 투자한 일부 ‘후순위 대출’은 금리가 무려 15%에 달했다. 이들은 메트로9호선에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돈놀이를 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호주의 초국적 금융자본인 맥쿼리가 처음 도입한 ‘첨단금융기법’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자사가 투자한 모든 도로 항만 철도에 비슷한 수법으로 ‘후순위 대출’을 설정해놓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지금까지 서울-춘천고속도로, 인천대교, 우면산터널 등 전국 14개 도로 터널 항만 다리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에 이런 방식으로 돈놀이를 해왔다.

맥쿼리인프라의 주요 수입 중에는 지자체의 보조금도 포함되어 있다. 메트로9호선에는 서울시의 보조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메트로9호선과 서울시가 맺는 계약에 ‘최소운영수입보장’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라, 계약기준에 미달할 시 서울시가 15년간 수입을 90~70% 보장해줘야 한다. 손해보면 세금으로 메꾼다는 이야기다. 연간수익률로 환산하면 8.9%나 된다. 돈버는게 땅짚고 헤엄치기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는 민간자본이 투입된 사업의 수익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그 적자분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것으로,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세금으로 메꿔준다. 맥쿼리인프라는 광주제2순환도로 1, 3구간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광주시에서만 1190억원을 받았다.

결국 민간투자사업에 투자한 자본은 수익을 최대한 뽑기 위해서 사기성 짙은 신종 금융기법을 동원하고,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서도 이익을 얻는다. 반면 시민들은 요금 인상의 부담을 져야하고, 시민들이 낸 세금도 금융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낭비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시민의 부담으로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민영화의 맨얼굴이다.

한국통신 민영화는 무엇을 남겼나

대형 공기업이 민영화된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통신공사가 주식매각 방식을 통해서 KT로 전환된 것이다. 정부는 1999년 이후 본격적인 매각에 나서 2002년이 되면 정부 지분을 완전히 팔아버린다. 이런 식으로 완전 민영화 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렇다면 민영화 이후 KT에서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1994년 한국이동통신이 SK로 매각되었고 2002년 한국통신이 완전 민영화되었다. 민영화론자들은 통신산업을 민영화하면 시장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통신비를 낸다. 우리나라 가구당 통신비는 소득 대비 4.4%로 OECD 국가 평균 2.7%보다 훨씬 높다.

우리 국민이 이렇게 높은 통신비를 부담하는 까닭은 통신 시장을 지배하는 SKT와 KT가 고배당과 불필요한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먼저 고배당부터 살펴보자.

통신사업은 장치사업이며 독점적 지배자인 SKT와 KT 매출의 대부분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즉 내수기업이다. 하지만 실상은 엄청난 국부를 외국인에게 넘기고 있다. KT의 외국인지분은 외국인이 과반수를 넘는다. 지난 10여년 간 KT는 주주 배당으로 5조원 넘게 지출했는데, 그 중 2/3 가량이 외국 금융자본에게 돌아갔다.

또한 KT와 SK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고배당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KT는 시가 배당률이 6.15%에 달하는데, 이는 시중금리 3~4%보다 훨씬 높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높은 배당으로 주주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KT와 SKT는 거의 매년 1조원 이상을 배당에 사용했다. 두 회사가 공기업이었으면 통신요금 절감에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돈이다. 또한 KT는 민영화 이후에 막대한 자금을 마케팅비로 지출하고 있다. KT의 마케팅비는 2010년에는 2조8501억원으로 2001년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게다가 통신기업들이 비슷한 통신망을 이중 삼중으로 설치하면서 낭비가 발생한다. 현재 통신사 간에 3개의 이동통신 기지국이 중복 설치되어 있고, 최근에 확대되고 있는 LTE망에도 중복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비용도 높은 통신요금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정부는 “경쟁을 하게 되면 비용을 절감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말한다. 그러나 결국 저렴한 가격과 질 좋은 서비스라는 약속은 간 데 없고, 높은 가격과 사회적 낭비, 그리고 국부 유출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민영화의 그 다음 목표는 바로 민주노조 파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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