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08년 ‘10.4 정상회담’ 대화록에 나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에 대한 논란으로 한국사회가 뜨겁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화수역 제의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동조발언으로 ‘NLL 포기’ 여부 논란이 증폭됐다. NLL은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간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축소하고 예방할 목적으로 동서해에 우리 해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기 위한 해상경계선이다. 이 선에 따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영토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 이후 개최된 일련의 판문점 장성급 회담에서 NLL을 인정할 수 없다며 철회를 주장했고, 급기여 같은해 9월2일 북한군 총참모부 성명을 통해 “북방한계선은 UN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설정된 비법적 선으로 경계선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일방적인 입장을 폈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주장은 가당치도 않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 북한의 해군력은 거의 궤멸되어 보잘 것 없었던 반면에, 유엔군과 한국 해군의 작적 활동 범위는 북쪽의 평양을 넘어 신의주까지 가능했다. 당시 우리가 장악했던 도서들은 서해 신의주 남쪽의 신미도, 진남포 앞의 초도 및 석도, 옹진반도 앞의 오작도를 비롯해서 해주만의 대수압도, 소수압도 및 용매도 그리고 동해 원산만의 신도 및 여도 등으로 걸쳐 있었다. 그러나 작전 수행의 실효성과 정전 협정 협상의 원활한 추진 등을 고려해 우리 측은 이들 섬 모두를 북한에 내주고 최소한의 경계선을 긋게 된다. 이것이 현재 NLL이다.

당시 북한에 대해 한국군과 유엔군은 북방한계선 이북의 관할수역을 양보했고, 그 결과로 북한은 38도선 이남의 황해도 인접도서군의 통제권을 획득한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NLL 확정으로 인해 더 많은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NLL이 자신들의 해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등 유익한 선이라고 판단해서 1973년까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북한이 1973년 10월과 11월 사이에 여러 차례 고의적으로 침범해 문제제기를 한 적은 있지만 대체로 NLL을 준수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1999년에 접어들어 NLL의 훨씬 아래쪽에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 북한의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은 정전협정뿐만 아니라 국제법에도 위반된다. 유엔해양법 협약상 섬은 스스로의 영해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다수 인구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법상 영해를 갖는 서해 5도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황해도 연안과 서북 5도군의 중간지점을 연결해 설정한 현 NLL은 국제법을 충실히 반영해 획정한 선이다.

그러면, 북한은 왜 NLL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가.

첫째, 군사적 측면에서 NLL 인근 서해 5도는 자신의 목을 겨냥하고 있는 비수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자신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고 인식, 필사적으로 NLL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또한 이런 비수를 제거해 서울과 수도권의 방위를 무력화시키고 한국에 대한 공격루트를 확보하려는 군사적인 측면도 있다. 과거 1, 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연평도 도발 역시 북한이 NLL을 무력화시키려 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한은 NLL 무력화 도발을 통해 서해지역을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세계의 이목을 끌려 한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NLL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어렵다는 인식을 주어 향후 평화체제 등 각종 논의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셋째, 북한은 NLL 문제가 한국사회 내 남남갈등을 야기시킬 좋은 소재가 된다고 판단한다. 한국사회에는 북한의 주장을 따르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부추겨 NLL 관련 북한의 의도를 관철시키면서 그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안보의식 약화와 분연을 획책하고 있다. 그러나 NLL과 관련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보면, 남북정상이 수차례에 걸쳐 백령도 북방 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서해 해상군사경계선’ 사이 수역에서 쌍방 군대를 철수시키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경찰이 관린하는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회의록 내용 어디에도 “NLL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 등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NLL은 정치문제가 아닌 안보문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처럼 현재의 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군사경계선 사이에 쌍방 군대를 철수할 경우 우리 해군만 일방적으로 덕적도 북방 수역으로 철수하게 되어, NLL은 물론 이 사이 수역의 영해 및 우리의 단독어장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서해 5도서의 국민과 해병 장병의 생명을 방기하고, 이 수역내 북한의 잠수함 활동에 대한 탐지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수도권 서해 연안이 적의 해상 침투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안보를 뒤로하고 일방적으로 NLL 남쪽을 평화수역으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북한에 가서 우리 영토를 포기하라는 발언과 제의에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오히려 맞장구치는 태도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10.4 정상회담 대화록에 나타난 NLL 관련 발언보다 공개철자를 문제 삼으며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일부 현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고 의아스러운 심정을 생기게 한다.

NLL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문제이다. 이는 정치문제가 아니다. NLL 대화록을 안보적 차원에서 봐야지 더 이상 정치적 차원에서 해석해서는 안된다. NLL 대화록 공개 역시 정치적 관점에서 보지 말고 안보적 관점에서 인식해야 한다. ‘NLL 포기 논란’이 나올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원수가 언급한 내용들을 알고 싶어 한다.

대화록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유언비어가 나돌 경우, 대한민국의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기 십상이다. 국정원의 10.4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국가안보 수호의지에서 공공기록물인 회의록을 적법한 절차를 밟아 공개한 것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자, 정치권의 논란과 불신을 없애기 위한 결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대화록 공개 이후 국회에서도 여야가 합치된 결정으로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을 합의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에서 원본 대화록 열람을 시도했으나 대화록 폐기 논란만 키웠다. 다행히도 국정원의 대화록이 존재하고 있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10.4 정상회담 대화록에서 나온대로 평화수역을 정한다면, 이는 우리의 대북 억지력, 방위력에 심각한 훼손이 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이유에서든 NLL 남쪽 수역을 북한에 내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국민 역시 이런 진실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지난 정전협정 이후 우리 장병들이 끝까지 생명으로 지킨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할 선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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