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전 총리 등 “외국인 혐오 발언, 인권의 가치 파괴”

[트루스토리] 이소연 기자 = 일본 사회에서 혐한(嫌韓) 발언과 폭력적 시위가 잇따르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등 국제적 문제로 비화되자, “이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국제 모임이 결성됐다.

‘헤이트스피치와 민족차별주의를 극복하는 국제네트워크(노리코에네트)’는 지난 25일 오후 일본 도쿄도 오쿠보의 공연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외국인 혐오 발언이 차별, 편견, 공격적 담론을 전파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를 향한 모욕과 증오에 찬 표현이 인권의 가치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모임에는 재일교포 3세인 신숙옥 인재육성기술연구소장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등 21명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또한 우익단체 잇수이카이(一水會)의 스즈키 구니오(鈴木邦男) 고문도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선언문에서 “나치의 유대인 박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미국 KKK단을 연상시키는 이런 표현들에 일본 사회가 너무 둔감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 때문에 재일 한국인이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의 다수파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비열하고 폭력적인 혐오 발언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외국인 혐오 발언은 인간이 존엄성과 인권을 갖고 있다는 신념과 평화공존의 정신을 언어와 물리적 폭력으로 손상하는 행위”라며 “이런 폭력에 맞서는 것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임은 홈페이지(www.norikoenet.org)를 통해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은 뒤 혐오 발언 및 시위를 하는 단체와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혐오 발언 내용의 허구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급하고 관련 카운슬러도 양성할 계획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도쿄 신오쿠보, 오사카 쓰루하시 등 한국인 밀집지역에서 우익세력들이 혐한 시위를 하면서 “한국인을 죽여야 한다” “한국인 여성들을 납치해 강간하라”는 등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내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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