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SK, 삼성, 태광 등 대기업 계열사 과점 우려

[트루스토리] 김도연 기자 = 알뜰폰(MVNO) 시장의 43%를 대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중소업체들에게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줘가면서 도입한 알뜰폰 시장이 대기업 독과점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스런 전망이 나온다.

1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원식 민주당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말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 KCT, 홈플러스 등 대기업 계열 업체 가입자가 8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알뜰폰 가입자 204만명 가운데 43%에 해당하는 수치로 알뜰폰 가입자 두 명 중 한명 가량은 대기업의 알뜰폰을 쓴다는 것이다.

등록된 알뜰폰 업체는 총 28곳인데 이 가운데 가입자 기준 1위인 CJ헬로비전은 가입자가 51만명으로 전체의 2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SK텔레콤을 보유한 SK그룹 계열사인 SK텔링크는 가입자 28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14%를 차지하며 2위를 차지했다.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등 두 회사의 점유율만 39%에 이른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KCT는 가입자 6만명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은 3개 통신사가 독과점하는 이동통신시장에 신규 사업자 진입을 유도해 경쟁체제를 만들어 통신료를 낮추기 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도입됐다. 정부는 3년간 전파사용료 면제, 번호이동 처리 개발비 면제, 도매제공 유효기간 연장, 롱텀에볼루션(LTE)서비스와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등이 가능하도록 혜택과 지원을 제공했다.

기존 이통사의 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이 똑같고 요금은 30~40%가량 싸다는 이유로 2011년 58만명이던 가입자는 지난해 127만명, 올해 8월에는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7일부터는 전국 우체국에서도 제휴판매를 시작했다.

 
2011년 출범 당시 알뜰폰 사업자는 총 13곳으로 이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는 KCT뿐이었다. 중소업체가 터를 닦은 시장에 대기업은 감히 합류하지 못했다. 실제 점유율 1~4위인 중소업체 4곳의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83%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2년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들 기업은 순식간에 중소기업들을 누르고 사업 시작 1년만에 각각 점유율 1,2위에 올라섰다.

특히 대기업과 재벌 계열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최원식 의원실은 “중소업체들이 터를 닦은 뒤 뒤늦게 뛰어든 재벌 계열사들의 독주가 시작된 것”이라며 “재벌의 알뜰폰 시장 과점이 가격경쟁이 아니라 이동통신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과도한 보조금 마케팅과 그룹차원의 불공정한 지원을 동원한 불공정 경쟁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알뜰폰 시장이 재벌 위주의 과점체제로 변질되면 중소기업 활성화와 경제민주화에 역행되는 것은 물론 사업자간 경쟁도 둔화되고 통신요금 인하를 통한 가계 통신비 절감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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