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불쌍한 노무현

 
[트루스토리] 박영식 기자 = 국가정보원 직원이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수원지검 강력부(부장 장봉문)에 적발돼 체포됐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사무관 A(41)씨는 지난 달 말, 인천공항을 통해 환각제의 일종인 DMT(디메틸트립타민) 250그램을 네덜란드로부터 밀반입하려다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항 세관에서 적발됐다.

국정원 직원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법원은 지난 11일 체포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나와 가족이 10년째 앓고 있는 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사용하려고 했을 뿐, 팔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의 자택에 보관돼 있던 DMT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마약 전문가들에 따르면 DMT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공식적인 치료제로 쓰이지 않고 있다. DMT는 ‘영혼의 분자’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화학물질이자 환각제의 일종이다. 국내 밀반입 사례도 보고되지 않은 ‘신종 마약’으로 분류돼 있다.

검찰과 경찰, 세관과 함께 마약밀수 단속에 나서야 할 국정원 직원이 직접 마약류를 들여오다 붙잡힌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로, 검찰은 A씨가 DMT를 밀수입한 이유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개인적 투약을 위해 직접 밀수입을 한 것인지,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약사범은 은밀성과 점조직형태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 파악이 어려워 정보수집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국정원이 앞장서 국제적인 마약 거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국정원 직원이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거슬러 ‘범죄’에 가담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음주단속에 나서야 할 교통경찰이 음주운전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국정원 직원 개인의 범죄로 치부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요즘 국정원이 하는 행태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정원 여직원과 국정원 수장의 몰개념적이고 비준법적인 태도에서도 여실히 증명됐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직원들의 태도는 조금 수상하다.

검찰은 A씨를 불구속했다. 이른바 국정원 ‘댓글 부대’ 직원들에 대해서도 지금껏 댓글 의혹을 축소하는 것도 부족해 끊임없이 은폐하고, 왜곡해 왔다.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기소를 하지 않는 이유는 국정원의 질서와 체계를 이해하고 용납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조직과 달리 상명하복의 질서가 엄격한 국정원 내에서는 ‘상부의 명령’을 거스른다는 것은 생존권과도 직결된다. 이번 마약 사건을 개인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국정원도 ‘정상적으로 움직이고자 시도했던’ 시절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는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일종의 국정원 개혁을 시도했다. 과거 불법적 도청 행위부터 정치 개입, 용공조작 등의 사실을 밝혀내 사과를 했고, 나아가 일체 국정원의 잘못된 정보보고를 받지 않았다. 국정원이 국민의 질시 대상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사랑을 받고 거듭 태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포’로 돌아갔다.

어쨌든 국정원 대선개입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에 ‘절라디언’ ‘홍어종자들’ 등의 표현으로 호남·광주출신 인사를 비하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내용 등의 글로 논란을 일으켰던 사람이 다름 아닌 국정원 직원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현직 직원이 마약 범죄에까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국정원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정원 직원들의 ‘일탈 행동’은 위험수위에 가깝다. 지난 10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국정원이 제출한 ‘2013년도 회계감사 및 직무감찰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1년간 국정원 직원 46명이 법령위반, 직무태만, 품위손상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기업에 대한 협박 ▲신분 과시 ▲예산 전용 ▲음주운전 등으로 파면과 해임,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 직원이 또다시 향정신성 의약품(마약)을 밀반입하다 적발된 것은, 아무리 권력에 취하고 특권이 일상화되었다고 해도 기강해이 정도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한창이나 넘어선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국정원 직원이란 신분상 특권을 활용한 범죄가 아닌지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첨언하자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은 최고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는 중범죄다. 이런 마약 사건의 비도덕성과 사회적 파장 등을 볼 때 해당 국정원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인이 만약 A씨와 똑같은 행동을 저지르고 똑같은 변명을 했더라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을까.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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