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해진 가을녹조는 왜? 얼마나 더 썩어야 4대강 사업의 영향이라고 인정할까요?

▲ 10월 30일. 낙동강 구미보 상류에 목격된 선명한 ‘녹조띠’ ⓒ대구환경연합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고 기온마저 뚝 떨어지는 가을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여름, 낙동강에서는 4대강사업의 영향으로 대량의 녹조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사업으로 보가 만들어져 유속이 느려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토건설부(과거 국토해양부)는 4대강과 녹조는 직접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원인은 폭염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진 지금, 국토해양부의 주장대로라면 4대강에 녹조는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4대강 녹조는 웬말일까요?
 
지난 달 30일 대구환경연합은 낙동강 중상류에 위치한 구미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10월 말인데도 낙동강에는 선명한 녹조띠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녹조띠가 관찰될 정도라면 그 안의 남조류 농도는 아직 상당히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기에 강물의 빛은 여름철 보다 오히려 더 탁해지고 짙은 간장색을 띠고 있습니다. 물빛이 간장색을 띤다는 것은 규조류들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듯 늦가을로 접어드는 10월 말인데도 낙동강에 녹조띠가 선명하게 관찰되고, 물빛이 변할 정도로 조류가 번성한다는 것은 낙동강의 수질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낙동강은 이제 죽음의 악순환에 빠져있습니다. 여름동안 창궐한 조류는 그 자체로 거대한 부영양화 물질이기도 하지만, 계절의 변화로 한꺼번에 사멸되면서 가라앉아 강바닥을 썩게 만듭니다. 썩는 과정에서 일시에 강의 산소를 고갈시키고, 이러한 산소부족으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이는 지난해 낙동강에서 발생한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낙동강은 15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입니다. 식수원인 낙동강 수질이 이처럼 해를 거듭하여 악화된다면 식수대란 사태 역시 시간문제입니다. 강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면서 22조나 되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하면서 벌인 4대강사업을 왜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며칠 전, MB는 “녹조 생기는 건 수질이 나아졌다는 뜻”이라는 망언을 했습니다. 이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4대강 사업 문제점에 대해 반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 찬동인사들에게 “여러분들은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다니면 된다. 위축될 것 없다”며 4대강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선전 해줄 것을 격려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끊임없는 4대강 선전과 예찬을 통해서 ‘4대강 사업은 정당한 사업’이라는 생각을 국민에게 심어주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은 이제 알고 있지요. 4대강사업으로 물은 썩고 있고, 그곳에서 살던 생명들은 죽어가고 있으며, 담합과 비리로 지어진 구조물은 위험하다는 사실을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흐르던 강을 막아, 썩은 물만 가득한 호수로 만들어놓고, 식수대란과 물고기 떼죽음 마저 불러올지 모르는 이 현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요. 얼마나 더 썩어야 4대강 사업의 영향이라고 인정할까요. 4대강 사업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단순하고 오래된 진리를 확인해 준 사업입니다.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보의 수문을 열고 강물의 흐름을 되돌려주고, 재자연화는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아픔의 역사는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정미란 환경연합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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