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범 열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 “삼성 답하기 전까지 장례식 없다”

 
6일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 7일째, 열사의 유족들이 삼성전자 본관 앞에 섰다.

“삼성이 종범이의 주검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삼성은 종범이가 그토록 바라던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활동을 이유로 동료들을 탄압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날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종범 열사의 둘째 형인 최종호씨는 유족의 입장을 밝히며 삼성이 동생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사의 부인은 기자회견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부축을 받아야 일어설 만큼 힘든 상태였다.

열사의 형은 개인 죽음으로 몰아가는 삼성의 태도에도 울분을 토했다. 최종호씨는 “동생은 자신이 배고팠고 힘들었다고 투정부리려 죽은게 아닙니다. 동생과 같은 처지, 더 열악한 환경에서 희생만 강요당하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입니다”라며 “삼성은 언론에 동생의 죽음을 모욕하는 행위를 그만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동생이 꿈꾸던 소박한 행복을 위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하게 일하며 희생해왔는지 알게 됐습니다. 제가 동생의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동생의 뜻을 지켜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삼성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입니다.” 유족은 삼성이 직접 나서 열사의 유언에 대답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최종범 열사와 같이 일했던 조합원이 참석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실상을 알렸다. 김기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 두정센터 분회장은 “종범이는 모든 모임에서 적극적이었다. 마지막 워크샵에 갔을 때 활발히 뛰어다니며 해맑게 웃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김 분회장은 “종범이의 죽음은 너무나 명백한 삼성이 저지른 타살이다”라며 “다시 종범이와 같은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성 천안 두정센터 조합원은 “회사는 노조를 만든 뒤에 일감을 뺏고, 성수기에 외부인력을 끌어들여 기존 직원의 임금 두 배 이상을 주며 일을 시켰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자식같은 노동자들을 홀대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난간, 옥상에 매달려 일하고 여름이면 뙤약볕에 몇 시간씩 서서 일한다. 5층 아파트 난간에서 안전띠도 없이 에어컨 실외기를 들어야 했다. 우리는 시간에 쫓겨가며 내 생명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김 조합원은 분노를 토했다.

권영국 열사 대책위 공동대표는 “삼성은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았다”며 “삼성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박근혜 정부도 공범이다. 정부와 삼성은 열사 앞에 당장 무릎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 강정주 금속노조 편집부장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