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뺏기, 표적감사, 임금축소…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고통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안전장비 없이 건물 외벽, 난간, 옥상에 매달려 수리 작업을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아파트 난간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는 모습.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배고파서 못살았다는 설움, 우리는 다 압니다.”

최종범 열사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열사가 겪었던 지역쪼개기, 일감 축소, 표적 감사는 지회 조합원들 모두에게 닥친 문제였다.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에 대한 일감 뺏기와 지역 쪼개기를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센터 인력을 계속 확대하거나, 특정 지역 분할과 조합원 차별 배치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수리 건을 배정하지 않고, 이는 즉각 조합원들의 생계 타격으로 다가온다.

천안센터의 경우 수 년 간 40명 외근기사가 담당했던 지역에 최근 본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관호 조합원은 “기존 인원으로 몇 년 동안 외근했다. 그동안도 비수기면 일감이 부족했는데 새로 인력을 투입한다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꼬집었다. 수리 건이 들어와도 다른 센터, 비조합원에게 업무를 배분하기도 한다. 천안센터는 외근기사 전원이 지회 조합원이다.

비수기에 신규 채용, 콜 많은 지역은 비조합원 배치

회사는 센터 담당 지역 중 일부를 ‘R지역’이라며 새로 구역을 설정했다. 조합원들은 이 곳이 인구밀도가 높고 기존 콜 수도 특히 많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설정한 ‘R지역’에 당연히 본사 인력과 비조합원을 투입했다.

서산센터는 지회 설립 이후 조합원들이 주말에 일을 안한다며 대폭 지역을 조정하거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방영수 지회 대의원은 “한 명이 담당하던 지역을 세 명으로 늘렸다. 세 명 모두 조합원이다”라며 “워낙 일이 많지 않던 지역인데 조합원들을 몰아놓았다. 너희끼리 알아서 나눠먹고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일이 많은 지역은 기존 담당자가 아니던 비조합원 세 명을 새로 배치했다. 방 대의원은 “지역 조정이 된 뒤 확실히 임금이 줄어들었다. 같은 비수기라도 작년에 비해 50~60만원이 줄어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센터에서 사장이 별도 지시로 조합원만 업무 배정을 하지 않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에어컨 누구, 세탁기 누구, TV는 누구에게 배정하라고 해놨어요. 콜이 넘쳐나지 않는 이상 조합원한테 일이 오지 않는거죠.” 한 조합원은 “노조 생기고 나서 물량 자체가 줄면서 다들 수입이 반토막 난 상황이다”라며 “갈수록 더 배고파서 못살겠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 이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다. 회사는 유류비, 통신비, 수리 공구 비용 등의 명목으로 매 달 70만 원 이상 공제했다. ‘건 당 수수료 체계’ 때문에 한 푼이라도 벌려면 22시까지, 몸이 아파도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그런 이들에게 노조 가입을 이유로 수입 축소라는 악랄한 탄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50~60만원씩 줄어든 임금

표적감사도 조합원들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년에 두 번 정기감사를 진행했다. 이관호 조합원은 “감사 때가 되면 다들 조마조마 하다. 잘못 걸리면 해고당하니, 정말 시한부 인생 같다”고 감사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했다. 감사에 걸리면 해당 사안을 임금에서 공제하거나 일부 사안은 해고 사유가 되기도 한다. 한 조합원은 감사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사안을 임금 공제해 그 달 임금을 단 한 푼도 못받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은 정기감사 시기도 아니다. 전국 감사 대상 중 90%가 조합원인 것만 봐도 명백한 표적감사인 셈이다. 방영수 대의원도 감사 대상이다. 서산센터 내 세 명이 감사를 받는데 모두 조합원이다. 방 대의원은 “4년치 자료를 가지고 왔다. 내가 2010년 4월 천안에서 서산센터로 옮겼는데 옮기기 전 자료까지 가져왔더라”고 말했다.

정작 감사를 하는 센터 사장은 자료 중 어떤 내용이 문제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조합원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해서 설명을 해주거나 어떤 부품이 잘못 기입된 것인지 얘기해줬다. 본사에 사전에 부품 사용에 대해 문의를 하고 보고했던 내용도 감사 자료에 포함돼있기도 했다. 방 대의원은 “그냥 본사에서 자료 준대로, 마구잡이로 감사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3~4년 전 자료 들이밀며 징계 압박

매일 여러 건의 업무를 처리하는 이들에게 3~4년 전 데이터 입력 사항이나 처리 상황을 기억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조합원은 “우리가 어떻게 그 자료를 믿을 수 있겠나. 최근 수리 끝내고 데이터 입력해서 보낸 처리 자료가 며칠 뒤에 내용이 수정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정황도 얘기했다. 조합원들이 기억이 나지 않거나 자료 자체를 믿을 수 없어 감사 내용에 동의하지 않아도 회사는 일방적으로 임금 공제를 통보했다.

감사에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삼성이 만들어놨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지금 하는 감사는 어떤 기사에게 적용해도 안걸릴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조합원은 “예전에 실적 압박이 심각했다. 매일 아침 모아놓고 개인, 팀, 센터, 지역별 전국 실적을 비교하면서 압박하니 실적을 안 채울 수가 없다. 개인 실적이 낮으면 센터에 영향 미치는 역적이 된다. 그러니 내 돈 박아가면서라도 실적을 채우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우리를 기술자답게 대해주고, 실적, 임금체계 문제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 당하고 해고된 사람 중에 몇 백원 짜리 부품 때문에, 혹은 고객 사정이 어려워 배려해준 것이 이유가 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서 내용, 그게 바로 우리 삶이다. 열사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전체를 대변하고 죽은 것이다. 삼성은 최종범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전국 센터에서 우리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힘들어도 투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 강정주 금속노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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