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황당 예산 실상

▲ 녹조로 가득한 낙동강의 모습 ⓒ대구환경연합
환경, SOC 분야… 꼭 필요한 돈인지 따져야
 
국가브랜드 가치 세계 9위, 국가경쟁력 평가 25위, 1인당 국민소득 2만2000달러. 정부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며 내세우는 수치(數値)다. 하지만 각종 경쟁력에 비해 한국의 국민행복지수가 41위라는 사실이야말로 수치(羞恥)스런 일이다. 유엔이 발표한 ’2013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전 세계 156개 국가 중 41위를 기록했다.
 
과연 한국 정부는 이 수치와 견줄 만한 ‘좋은 숫자’를 가지고 있을까? 예산 관련 수치를 따져보고 싶다. 어떤 사업에 얼마의 예산이 투입되고, 사업의 성과가 제대로 된 수치로 나오는지 자못 궁금하다. 오늘은 환경부 예산을 좀 따져보자.
 
환경부는 어디로 가는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지금 환경부는 국토교통부를 흉내내고 있다. 자연환경과 생활환경 보전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잊고 토목건설 사업에 빠져 눈이 빨개진 모양새다.
 
지난 2009년부터 환경부는 국토부와 함께 4대강 사업 칭송에 바빴다. 2014년 환경부 예산을 보면 아직도 4대강 사업 뒤처리 하느라 정신없어 보인다. 하수처리장 확충 사업에 3235억 원, 국토교통부가 할 법한 규모의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 사업에 350억 원을 배정했다. 심지어 2013년 실제 집행액이 4423억 원밖에 안 되는 하수관거정비 사업비로 또 7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책정했다.
 
환경부의 하수처리장 확충 사업 예산 3235억 원을 살펴보자. 4대강 등 주요 하천, 상수원의 수질개선과 도시하수 처리를 위한 목적으로 총인처리시설을 보강 설치한다는 것이다. 관련 예산은 2012년에도 4385억 원이 책정됐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4대강 조류 발생을 해결하기는커녕, 4대강 등 주요 하천과 호소에 녹조가 창궐했다. 4대강 사업 이후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도 악화했다. 구조물(보)로 인한 강물 체류시간이 길어졌으니 당연한 결과다.
 
지난 국정감사 때 한명숙 민주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에게 4대강 사업 이후에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가 나빠질 것을 이미 보고 했다고 한다. 즉 수질이 나빠질 걸 알면서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총인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보다 더 좋은 수질개선 방법이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16개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다. 강물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녹조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효율성이 부진한 총인처리시설보다 수문을 개방하는 게 훨씬 쉬운 일이다.
 
더 기가 막힌 게 있다. 하수처리장 확충 사업은 전국 하수도 보급률을 성과지표로 삼고 있는데, 2013년도 실제 집행률이 0%(2013년 9월 말 기준)인 지역은 37곳이나 된다. 쓰지도 못할 돈을 왜 편성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 집행이 부진한 사업이라면 당연히 잔여사업비, 집행실적, 사업의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 지자체에 예산을 보냈다고 끝낼 일이 아니다.
 
환경부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하수관거정비 사업비이다. 환경부 예산 5조 4525억 원 중 하수관거정비가 무려 7044억 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사업 효과에 대한 결과 수치가 없다. 무분별한 사업 집행과 부정부패·부실시공으로 세금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공사비를 부당 수령한 모기업이 사과문을 발표하거나 하수관거를 불법매립한 일이 들통나기도 했다.
 
하수관거정비도 하수처리장 못지않게 실제 집행액이 낮다. 집행액은 중앙부처가 지자체에 교부한 금액이고, 실제 집행액은 지자체가 실제로 집행한 금액이다. 올해 하수관거정비로 5692억 원을 집행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4423억 원(2013년 7월 말 기준)이다. 5000억 원도 채 다 못 썼는데, 또 7000억 원을 달라고 상황. 과연 국민들은 이 예산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있는 예산도 다 못 쓰면서…
 
환경부는 도시침수대응 세부 사업 중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대심도터널) 설치에 국비 350억 원 지원을 조정안으로 내놓았다. 이 사업의 문제는 다양하다. 우선, 과연 대심도터널이 환경부 사업이냐라는 논란이 있다.
 
정부조직법 제39조에 “환경부장관은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및 환경오염방지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라고 되어있다. 환경부는 4대강 사업으로 국토교통부를 따라다니며 시설 설치 사업에 맛을 들인 것일까? 추진하려는 사업의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길이 3.6km, 안지름 7.5m 규모의 대심도터널이 어떻게 환경부의 사업이 될 수 있을까?
 
두 번째 문제는 2013년 예산에서 대심도터널 사업은 하수관거사업 안에 숨겨져 있어 이름이 언급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2014년 예산안에 도시침수대응이라는 신규 사업을 만들어 세부 사업으로 대심도터널을 옮겨놨다. 앞으로 이 사업 규모를 더욱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걸로 문제가 끝이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시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설치와 관련해 지난 9월 기본 설계에 대한 수리모형실험을 진행중이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예산부터 잡은 건 결과와 상관없이 사업을 집행하겠다는 심산이다.
 
관련 사업을 무조건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명분에 맞는 사업을 하는지, 사업 효과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환경부의 모습은 어떤가.
 
환경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환경부 5조4525억 원의 예산(안)이 이런 모습인데, 과연 국토교통부 20조 5176억 원(2014년 총지출 기준)은 어떨까? 예산이 잘, 제대로 쓰이려면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오는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안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온라인 투표(http://bit.ly/1dRtV3A)를 통해 국민이 생각하는 낭비성 예산 사업 10개를 뽑는다.
 
국민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의원이라면, 국민의 얘기에 귀 기울일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글 = 정위지 환경연합 정책팀

정위지님이 작성한 이 기사는 환경연합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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