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상대로 우리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국사회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그의 언행은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됐다. 그가 남긴 메시지가 한국사회 인식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새로운 가난을 만들고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경제모델은 거부해야 한다”며 그는 노동의 존엄과 평등의 가치를 일깨웠다. 사회경제적 약자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교황의 자세는 종교를 떠나 모든 국민이 보고 배워야 할 자세다. 교황은 “물질주의와 무한경쟁 사회에 맞서 싸워야”한다고 했다. 자본의 탐욕에 사로잡힌 사회에 대한 걱정을 넘어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사랑의 본질은 행동이다. 그가 각별히 아끼는 젊은이와 미래세대가 깊이 새기고 실천해주길 소망한다.

그러나 한편, 권위의 벽을 낮추고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교황의 언행은 거꾸로 씁쓸함을 남기기도 했다. 자국의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 경제, 종교계 등 사회지도층에게 절망과 분노를 느끼는 반면, 오히려 지구 반대편 타국의 교황에게 위로를 받아야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광복절 연설은 교황의 청와대 연설보다 못했다. 비하 건데 대통령의 인식과 철학은 빈곤하다 못해 한심할 정도다. 정의와 인내, 관용을 통한 평화, 기업성장주의를 넘어선 공동체와 사람 중심의 철학, 경제적 불평등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연대의 세계화 등, 시대가 요구하는 기본인식조차 대통령의 연설은 보여주지 못했다. 자국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이 까마득히 먼 바티칸 교황의 연설보다 못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신이 제안하기도 한 세월호 특별법은 한 마디 언급조차 없었다. 책임의식은 실종됐으며, 세월호 참사에 아파하는 국민을 사실상 버렸다. 언급조차 없기는 민주주의와 노동기본권, 복지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란 강자의 질서인 시장경제에 불과하다. 복지약속은 파기된 지 오래고, 정부와 기업중심의 관료적 사고만이 가득했다. 말로만 혁신은 비전이 아닌 기만일 뿐이다. 반성과 책임성은 없으며 새마을운동 등 국민규율과 동원정치를 통해 국민에게만 혁신을 강요하고 있다. 폭력적 군대문화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임에도 대통령이란 사람은 안보를 앞세운 규율의 문제로 접근할 뿐이다. 근거 없는 경제불안 심리를 조장하며, 대기업 중심의 성장주의를 지속하려 한다. 가계소득 향상은 말 뿐이며 결국엔 기업의 돈벌이가 주도하는 경제정책만 고수한다. 그 결과가 바로 규제완화와 의료민영화다.

박근혜 정권은 경제법안 처리를 앞세워 세월호 특별법정국 탈출을 꾀하며, 국민여론을 호도하려는 발상을 드러냈다. 혼자 살고자 탈출했던 선장과 다를 바 없다. 혁신을 위해 먼저 기득권을 버려야하는 것은 정부여당이다. 사법체계 근간이 흔들린다는 과장된 선동과 몽니를 중단해야 한다. 국민은 교황보다 못한 대통령이 부끄럽다. 이제 교황은 떠난다. 깨달음과 변화를 위한 투쟁은 이 땅에서 살아갈 이들의 몫이다. 권력과 탐욕에 찌든 위정자와 자본가들,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종교계 지도자들이 특히 반성하길 바란다. 고해성사라도 해야 마땅하지만, 고백은 없었고 보수언론은 벌써부터 죄인들을 대신해 변명논리 개발에 나섰다. 변화는 멀고 짧은 위로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또다시 투쟁의 교황의 방한 이전의 비극적 일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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