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윤한욱 기자 =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28일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검찰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검은 물론 일선 검찰청 내부에서 “한상대 총장은 검찰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거친 말까지 나오는 등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장 감찰 사태’에 반발한 대검 등 일선 검사들의 격노에 가까운 분위기는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총체적인 검찰 비리에 ‘검찰불신’으로 국가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 결국 ‘벼랑 끝에 내몰린 검사’들이 스스로 나서서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인데, 평검사들도 속속 모여 검찰개혁과 검찰 수뇌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상명하복으로 길들여진 권위적인 검찰조직으로서는 초유의 사태라 할 것이며 검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검찰 조직을 망치고 재벌유착 의혹을 가진 한상대 총장은 평검사들의 처절한 요구에 답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권의 시녀 역할로도 모자라 재벌 뒷배 봐준다는 의혹으로 검찰 불신을 자초한 한상대 총장이 무슨 배짱으로 버티고 있는지 가히 얼굴이 두껍다” “한상대 총장이 진정 검찰개혁을 원한다면 본인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조직을 수렁으로 빠뜨리고 검찰불신을 키워온 권재진 법무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 등의 성토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런 가운데 중수부는 최 중수부장을 제외한 과장급 이하 연구관들이 긴급 대책 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총장에게 거취 문제를 밝힐 것을 최후 통첩할 예정"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원 사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판단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검 부장들은 사직서를 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개혁의 요구는 검찰 내부에서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검찰게시판을 가득채운 익명글들에 이어 일부 현직검사들은 실명으로 검찰개혁을 주문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어떤 조직보다 철저한 검찰 내부에서 검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혁을 촉구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은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반증한다.

한 일선 검사는 그러나 “한상대 검찰총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자리보존에만 골몰하고 있어 몰염치하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뒤늦게 검찰개혁을 수용할 의지를 피력했지만 검찰조직을 이토록 망친 장본인의 한사람이 개혁을 이끌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혹평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지검은 부장급 이상 간부 회의를 즉각 소집하고 소속검사들에게 연판장을 돌렸다. 이 자리에서도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총장 사퇴 요구가 강하게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한상대 검찰총장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무거운 태도 대신 그동안 거부해왔던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안에 대해 백지상태에서 검토하겠다며 검찰개혁의 주체를 자처하고 있다”면서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오히려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후안무치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상대 총장이 검찰개혁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이 6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적인 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회장에게 최저형량을 구형한 것을 두고 최 회장과 한상대 총장의 특별한 관계가 주목되고 있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