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는 단 한 수에 달려 있다.’

1793년 이후 보나파르트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의 프랑스군은 잇달아 승리를 거두었다. 많은 인명손실이 따랐지만, 그들의 전술은 단순하고 젊은 장교들과 열정적인 병사들로 이루어진 군대에게는 적정한 전술이었다. 당시 전쟁은 경험과 기술보다는 용기와 의욕을 더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군과 피에몬테군을 분리시키고 각각을 격퇴한 다음에 롬바르디 평야를 완전히 장악하기까지 12개월 동안 12차례의 승리를 거두었다. 신속하게 행군하고 유연하게 작전행동을 취하고 적의 취약 부분에 병력을 집중하여 연전연승했다. 이탈리아에서 프랑스군의 사기는 하늘 높이 치솟고, 동시에 나폴레옹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전략과 전술의 달인이었다. 그는 혁명군대의 장점을 최대로 살리고, 징집 령으로 확보한 무장병력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고 한다.또 최신정보를 수집하고 세심한 조사를 거쳐 작전계획을 수립했으며, 그 자신이 손수 최종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적절한 시간을 포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승패는 단 한 수에 달려 있다’, ‘그릇의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단 한 방울의 물이다’라는 자신의 표현대로 결정적인 순간을 잘 포착하고 지형을 잘 이용하는 뛰어난 안목을 지녔다.

유성룡의《징비록》에 따르면, 성웅 이순신은 1597년 13척으로 133척을 격파한 명량대첩 후 수군을 고금도로 진영을 옮겨 안착시켰다. 당시 군사는 8천 명에 이르렀다. 전쟁 중이었고, 섬에 진을 친 상태에서 군량미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군사들을 굶길 수도 없고, 어렵기 마찬가지인 백성들에게 식량을 강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이순신과 그의 참모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것은 바로 ‘해로통행첩’이라는 제도였다. 바닷길을 다니는 배에 대해 통행증을 발급하고, 그 대신 곡식을 걷어 군사들을 먹여 살리려고 한 것이다. 피난선 크기에 따라 큰 배는 곡식 3석, 중간 배는 2석, 작은 배는 1석의 곡식을 내고 통행 첩을 얻고, 통행과 어업 행위를 보장받았다.

당시 많은 피난민들이 자신의 배에 재물과 곡식을 싣고 생명을 지켜줄 이순신의 수군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해로통행 첩과 같은 규제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거나 거부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가워했다.

그 결과 10일 동안 이순신의 수군은 무려 1만여 석의 군량미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이순신과 수군들은 자신들을 따라온 피난민들을 고금도와 인근 섬에 안착시켰다. 섬이 안정될수록 피난민들은 안전을 위해 더욱 몰려들었다. 이순신은 그들을 군사로 확보했고, 전선을 제조할 인력으로 활용했다.

특히 대형화포로 무장한 ‘판옥선의 전투력’이 하드웨어적인 전투력 요소라 한다면 ‘이순신의 병법과 리더십’은 소프트웨어적인 전투력 요소라 할 수 있다. 대형화포 중심의 무기체계와 판옥선으로 대변되는 조선 수군의 하드웨어적 전투력 요소가 위대한 리더였던 이순신에 의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적 전투력 요소와 결합해 막강한 전투력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것이 명량해전의 대승리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의 전투 상황을 상상해 보자. 1597년 9월 16일 대규모 일본 함선이 명량 물목을 통과해 조선의 여러 전함을 에워싸자 열세에 몰려 낙심한 조선 장수들은 쉽게 대응하지 못하고 도망갈 궁리를 했다. 이때 이순신이 선두에서 돌진하자, 현자총통 등 각종 화포를 집중 사격해 적의 접근을 저지했다. 어떻게 보면 명량해전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절대적인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이끌어낸 이순신리더십의 빛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과 사즉생(死?生)의 용기로 백성들의 죽음을 막겠다는 애민의식을 바탕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리더십이 그를 위대한 성웅으로 만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순신리더십이 한국군의 찬란한 전통으로 살아 있다고 믿고 싶다.

이창호 대한명인(연설학)/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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