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는 단순한 광고를 넘어 대중들의 인식과 문화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한 방송광고를 관장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 사장에 과거 한나라당 출신인 곽성문 전 의원이 내정됐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적폐 청산을 약속했던 박 대통령이 정치적 편향성이 뚜렷한 보수성향 인사를 앉히려는 것은 광고를 통해 노골적인 방송통제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의 전력을 보자면 박근혜 정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어찌 이리도 참담한 인사들을 매번 내놓는지 한심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몇몇 과거사로 딴지를 거는게 아니다. 공정성과 공공성은 고사하고 인륜까지 짓밟아 온 그의 전력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도저히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는 독재정권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밝혀진 민청학련 사건에서 지인들을 팔아넘겨 모진 고문을 당하게 했고, 이도 모자라 뻔뻔한 위증을 통해 조작에 가담함으로써 이철 전 의원이 사형선고까지 받게 했다.

그리고 이 사건의 파장으로 인혁당 관련자 8명은 실제로 참혹한 사법살인을 당했고, 이는 역사가 기록하고 있다. 그 후 그는 중앙정보부의 도움을 받아 MBC에 입사했고, 그 배경으로 임원이 되기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리곤 마침내 2004년에 이르러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대구에서 국회의원까지 됐다. 그러나 너무도 파렴치해진 그는 정치인, 기업인 등과 모인 골프장 회동에서 정치자금을 운운하며 술병을 집어던지며 행패를 부리다가 한 때 정치권에서 퇴출됐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이미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야권에서 며칠 동안 대변인들이 논평과 브리핑을 통해 밥 먹듯이 쏟아낸 얘기다. 새삼 놀라울 것도 없다. 몰랐던 사람들도 듣고 암기할 정도다.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올라갈 가치조차 없을 인사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의 뒷배를 통해 뻔뻔한 재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정권은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가.

아예 대놓고 독재정권의 면모를 자랑할 생각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그런 인사를 사장으로 맞이해야 할 언론인들은 실망은 넘어 또 다른 독재자를 맞이하는 심정일 것이다. 청와대가 어떤 의도로 그를 내정했는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민낯을 드러낸 이른바 ‘관피아’의 악습은 낙하산 인사 관행이 빚은 결과물이다. 관피아를 척결하겠다고 대통령이 주창한 마당에 또 낙하산 인사라니 이 정부에 극도의 절망감과 피로감을 느낀다. 용서를 구해도 부족한 인사를 한국방송광고를 이끌어갈 코바코 사장으로 용납할 수 없다. 이는 국민과 역사 대한 모독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다. 강조하건데 곽 전 의원은 2005년 6월 대구 경제계 인사들과 골프를 친 뒤 회식 자리에서 ‘정치자금을 주지 않는다’며 맥주병을 벽에 던졌던 인물이다. 그런 그를 아끼는 박근혜 정부는 아직도 언론통제를 위한 인사에 배가 고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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