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작권 전환, 국가안위 현실관점서 냉철히 봐야”

[트루스토리] 천호영 주은희 남진희 기자 = 한·미 양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무기 연기’ 합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또 다른 ‘대선공약 파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기초연금 파기 논란에 이어 정국을 뒤흔들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24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와 관련, “어떠한 경우에도 계획된 전환 시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공약의 철저한 이행보다는 국가안위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한민국이 전작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다만 현재처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더욱 가중되는 안보상황을 고려하면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 대변인은 또한 “한·미 두나라는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한미동맹의 대응능력 구비 등 안정적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적정한 전환 조건과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며 “안정적 전작권 전환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전면전과 국지도발을 억제하고 한미 연합 방위력을 강화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국방부청사(펜타곤)에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지난 1년간 양국이 협의해 온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담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그간 청와대가 주요 정치적 현안에 대해 침묵해왔던 것과 달리 청와대가 유독 전작권 공약 파기 논란에 발 빠르게 대응한 까닭은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에 따른 위기의 청와대 국면이 다시 조성되어선 안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권 전환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12년 여러 차례 “2015년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약속했고, 대선공약집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주요 국정과제에도 명기됐던 사안이다. 박 대통이 또다시 국민 앞에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 여론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이 청와대에 대한 반감으로 비화되자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만일 이번에도 전작권 전환 문제가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된다면 또 다시 ‘사과 카드’로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야권은 전작권을 차질 없이 환수하겠다고 공약을 했으면 그에 따른 준비를 하나하나 해나가면서 군사주권을 되찾아올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국민에게 공론화 과정 한번 없이 밀실에서 전작권 재연기 합의각서에 서명한 것은 누가 봐도 떳떳한 정부라고 할 수 없다며 청와대가 전작권 재연기의 핑계로 국가안위를 들먹일 자격이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더구나 이번 전작권 전환 공약파기는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기초연금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4번째 거대공약 파기라고 야권은 규정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평균 6개월에 한 번씩 되풀이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식은 죽 먹는 듯 한 릴레이 공약파기에 국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뿐이다"고 맹비난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전시작전권 전환 의제가 제기된 것이 참여정부 당시이다. 어언 10년이 되는 일이다. 당초 2012년으로 예정된 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 2015년 12월로 연기되었다. 그 당시도 똑같이 현실상의 안보 문제라는 핑계를 댔다"며 "이명박 정부부터 이제 집권 중반에 접어드는 박근혜 정부는 도대체 뭘 했나. 몇 년을 질질 끌며 제대로 준비도 안하고, 수조원 대의 전략무기 구입은 왜 한 것인가. 그 많은 국방예산은 도대체 무엇에 썼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기초연금처럼 공약은 공약일 뿐인가? 혹시나 ‘선거 때 무슨 말인들 못하나’는 뻔뻔한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도 든다"면서 "만약 전작권 환수 문제를 대선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식언에 대해서 당장 나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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