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접근성 지침 미준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처벌대상”
“올해 11월말까지 개선하겠다는 합의도 안 지키고 있어”

[트루스토리] 윤한욱 기자 =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전맹(全盲·시각장애 1급)인 박모(40)씨는 대한항공을 한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대한항공 인터넷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설명이 돼 있지 않은 탓에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대한항공이 홈페이지에서 시각장애인이나 고령자 등을 위한 웹접근성(web accessibility)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그 경위를 묻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30일 밝혔다.

웹접근성은 장애인, 고령자 등도 웹사이트에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참여연대와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과 30인 이상 사업장 등은 홈페이지에서 웹접근성 지침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고, 대한항공도 지난 11월 30일까지 홈페이지를 개선하기로 시각장애인들과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어찌된 일인지 이 같은 합의를 이행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2011년 4월부터 전면 실시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0조는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그에 접근함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한항공은 장애인차별금지법 3조 16호와 제21조 1항에 따라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웹사이트에 접근, 이용할 수 있도록 수단을 제공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자사 홈페이지에 시각장애인의 웹접근성을 전혀 보장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지난 2012년 11월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은 시각장애인 9명을 원고로 모집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피고인 대한항공과 원고인 시각장애인들은 “2014년 5월 31일까지 홈페이지를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KWCAG) 2.0에 따라 수정 보완하고, 수정 후에도 홈페이지가 위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2014년 11월 30일까지 2차적으로 수정·보완한다”는 재판부의 조정안에 2013년 9월 30일에 합의해, 이 소송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합의내용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정에서 합의한) 기간 내에 웹 접근성 준수가 어렵다”며 “아직 웹접근성 보장을 위한 개선업체를 선정하지 않았으나 알아보고 있는 중이며, 2015년 6월까지는 웹접근성 문제 개선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소송 중에도 이런 식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의무이행을 미루어왔는데, 합의로 소송이 끝난 지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의무이행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동에 불편이 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웹(web)은 외부와 소통하는 대단히 중요한 통로이다. 웹이 시각장애인을 배제하면, 시각장애인들은 물건을 주문하는 일도, 항공권을 예매하는 일도 온전히 하기 어렵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웹접근성 준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시혜적으로 제공하는 편의가 아니”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공공기관을 비롯해 대한항공같이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등은 홈페이지에서 웹접근성 지침을 준수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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