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백화점모녀사건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행태라고 볼 수 있는 '갑질 횡포'가 맞다. 힘이 있는 자가 힘이 없는 자에게 '지배계층'인 척 착각에 빠져 횡포를 부렸다면 이는 '갑질'이 맞다.

백화점모녀사건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분노'를 이기지 못해 '삿대질'을 하든 '손가락'으로 딴 짓을 저질렀든 백화점모녀는 해당 아르바이트 학생은 물론이고 주변의 아르바이트생들의 무릎을 꿇게 할 그 어떤 권한이 없다.

현대백화점에서 1만원 어치 물품을 구입하든, 700만원 어치 물품을 구입하든, 누구나 현대백화점의 소중한 고객이고 VIP이다. 어제 100만원 어치 물품을 샀는데 오늘 1만원 어치 물품을 샀다고 고객의 높고 낮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객의 주체할 수 없는 불만은 '고객센터'를 찾아서 강력하게 항의하면 된다. 지하 4층에서 자동차 매연을 연신 맡아가며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이라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화풀이를 해선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사태와 대한항공 '땅콩 사태' 등으로 갑을관계가 문제가 되면서 어느 정도 우리 사회에서는 '갑의 횡포'가 잠시나마 사라지고 '갑을 문구'도 사라질 것이라고 다수의 국민은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진짜 갑도 아닌 '갑'이라고 착각에 빠져 있는 세력들은 아무래도 헝겊인형에 이름을 쓰고 저주하면 그 사람이 죽을 거라고 단단히 믿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를 보면 '실수로' 갑질을 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갑질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현대백화점 모녀는 도대체 어떤 '부르주아' 계급이기에 멀쩡한 남의 집 자식을 무릎까지 꿇게 했을까. 우리 사회가 천민자본주의로 허우적 대더니 이제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도 '갑질'을 즐기고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갑질을 성토했을지 옹호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르바이트생의 무릎을 꿇게 할 정도라면, 이는 우리 사회의 '돈 좀 있는 사람들이' 평소 '돈 좀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한 그런 풍토 속에서 갑을관계에 대한 온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갑을관계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손님이 왕'이라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소비지상주의'가 만들어낸 인권탄압이자 인권유린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문제를 '양쪽 다 잘못이 있다' 진실공방으로 호도하기 전에, 면밀히 분석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은 모녀가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맞다.

무례한 행동이라는 게 과연 뭘까. 모녀는 자신들에게 한 아르바이트 생의 행동이 무례하다고 노발대발했지만 모녀가 탄 체어맨이 주차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조금만 이동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한 것은 무례한 행동이 아니고 당연한 행동인 것일까.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여기에 어울리는 경우다.

이번 사태는 엄밀히 따지면 갑을 횡포는 아니다. 갑과 을은 주지하다시피 계약상의 강자와 약자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백화점모녀가 '갑'이고 아르바이트생이 '을'로서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다. 그냥 '자본의 차이'이자 '힘의 차이'이다. 물론 이 역시 우리 사회에서는 '갑을 관계'로 보는 경향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권력관계가 마치 북한의 그것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암리에 침투해 있다는 것이다.

그걸 인정하고 인식하듯, 이번 사태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백화점모녀사건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보다 약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너무도 심각해지고 있는 갑들의 횡포에 대한 공분이고 공감인 것이다. 물론 조현아 사건이 불을 질렀다.

이번 일을 통해 시민과 소비자들은 스스로 '갑질'을 하고 있지 않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혹시나 현장 노동자들에게 윽박지른 적은 없지만, 상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갑질'을 부린 적은 없는지. 모든 노동자들이 외주화와 비정규직화를 통해 '비참한' 을의 신세로 바뀌면서 갑질은 더욱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우리 사회의 리스크는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물론 그 피해는 너도 나도 아닌 우리다.

더욱 더 잔인해지고 있는 갑질은 국가권력과 재벌권력이 이를 즐기고 있는 이상,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지만, 그리고 이 또한 천민자본주의의 '룰'이 돼 버렸지만 그래도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는 식의 논리는 영원한 갑질세상을 만드는 가장 일차적 이유가 되지 않을까.

갑도 한때는 을이었다. 그리고 영원한 갑은 없다. 재벌도 영원하지 않고 권력도 영원하지 않는다. 다만 그 영원함을 존속시키기 위해 '영원한 갑질'이 필요할 뿐이다. 노동은 신선한 것이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 누가 감히 아르바이트생들을 '종'으로 부린단 말인가. 그들이 있기 때문에 백화점 주차가 편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진짜 갑이다.

최봉석 발행인 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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