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사무장이 대한항공을 납작하게 만들길 바라며

 
[트루스토리 칼럼뉴스] 박창진 사무장은 이미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을 예견했던 것 같다. 권력과 재벌에 굴종하는 한국의 ‘허섭스레기’ 수준의 법질서를 당초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날 조현아의 손을 들어준 판결은 ‘돈만 있으면’ 안되는 게 없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포스코건설 정동화 전 부사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그렇지만, 30% 정도의 국민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늘상 강조했던 ‘법질서’는 한국에서만 사용된다는 독특한 용어인 ‘재벌들’에겐 예외였다.

상식이 1% 만큼이라도 작용했다면 조현아란 ‘갑질’의 대명사는 확실히 구속 대상이었다. 외국 언론들은 그녀에게 10년형을 기대했을 정도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녀에게 ‘어쩔 수 없는’ 재판과정에서 필요한 ‘단기 구속’만 요구했을 뿐, 실질적인 구속은 외면했다. 어쩌면 대한항공보다 더욱 더 안절부절이었을 것이다.

쌍둥이 엄마에 초범이라는 게 풀어준 진짜 이유였다. 항로변경 어쩌고 저쩌고는 ‘수사’였을 분이다. 항공법을 모르는 일반 국민에게 항로변경은 그렇게 썩 와닿지 않는 문구다. 그들이 재판 과정에서 이렇게 말을 바꾸고 저렇게 말을 바꾸면, 즉,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에 맞게 적용하면 그저 ‘귀에 걸면 귀걸이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일 뿐이다.

그렇다고 사실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돈 있고 빽 있고 부모 잘 만나면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풀려난다. 그게 후진국을 향해 돌진하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돈 없고 빽 없고 가난한 부모 만나면, 배고파서 빵 한 조각 훔쳐도 옥살이를 해야 한다. 쌍둥이 엄마라고 외치고 법정에서 눈물을 호소해도 ‘용서’와 ‘배려’는 없다. ‘땅콩 회항’ 사태를 그들은 애시당초 ‘땅콩 수준’으로 봤을 것이다. ‘땅콩’ 하나 가지고 호들갑 떠는 국민으로 봤을 것이다.

나아가 재벌이 법 위에서 군림하는 사회에서 국민이 조현아에게 격하게 분노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그들로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현아는 마지막까지 ‘특혜’를 받았다. 구속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더라도 구치소에 다시 들러 짐을 챙기고 다른 수감자들과 인사를 하고 나오는 것이 기본이다. 조현아는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법원에서 나온 뒤 곧바로 귀가했다.

조현아가 반성문에 썼던 스킨과 로션과 과자를 선뜻 내줬던, 특식을 만들어줬던 ‘언니들’에 대한 인사는 없었다. 당시 그녀는 그런 언니들에게 ‘배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은 배려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 언니들을 다시 찾는 배려는 없었다. ‘물론’ 풀려나기 전, 이미 ‘인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면 조현아는 자신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을 사전에 알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재판 결과를 미리 알 수도 있나? 상식이라면, 당연히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뒤 “살았다”는 생각에 기뻐 날뛰며 언니들로부터 ‘축하’를 받아야 한다.

그게 조현아의 수준이다. 법정에서 반성은 거짓이었다는 누리꾼들의 조롱이 나오는 이유다. 그녀가 한진항공의 힘을 이용해 풀려났다고 끝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그 전부터 동생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복수’를 언급했었다. 그 중심엔 박창진 사무장이 있다.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까. 대한항공 경영진은 또 그녀의 눈치를 보며 어떤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을까. 박창진 사무장이 미국 법원에 희망을 걸고 있는 이유다.

그녀는 해방이 되자 직접 사과를 피했다. 변호인이 대신 사과했다. 국민이 조현아를 전직 부사장으로 보는 대신, ‘돈 많은 집안’의 딸 정도로 비하하고 조롱하고 냉소를 보내는 이유다. 분명한건, 그들에게 이번 재판은 ‘쩐의 전쟁’이었을 뿐이다. 그런 황당한 그림이 미국에서 또다시 재연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창진 사무장 파이팅이다.

최봉석 대표기자 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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