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칼럼뉴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정치제도에 대한 논의가 반짝하더니 금방 사그라지고 말았다. 현실적으로 여야 양당 간의 현실적인 이해득실과 시기 등이 고려된 결과다. 결국 정치제도의 변화는 다음 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큰 변화 없이 치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즉 지금의 지역에 기반한 양당체제의 존속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의 정치제도인 지역에 기반한 양당체제는 한마디로 망국적인 정치제도라고 할 수 있다. 여당은 민심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경상도가 있는 한 제1정당의 지위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없는 제도다. 더불어 야당 제대로 민심을 대변하지 않아도 전라도가 있는 한 제2당의 지위가 위태롭지 않은 제도가 현재의 제도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당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정당이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서 대안의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데 그런 수고까지 할 필요가 없다. 민주주의 필수적 요소인 정당이 이 모양이다 보니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안위를 보살피는 게 아니라 계파 수장의 안위를 보살핀다.

정당이 이 모양이니 대통령은 더욱 절대 권력에 안주한다. 여당의원도 기본적으로는 국회의원인데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한다. 국회의 가장 기본적 권한이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임에도 불구하고 여당 국회의원의 대정부 비판은 곧 자기정치가 되고 배신의 정치인으로 대통령에 의하여 낙인찍히게 된다. 국회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백가쟁명의 정치개혁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외국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들여오면 결국 무엇 하겠는가? 한국의 고질적인 지역 기반의 양당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양 당의 입장에서 특히 제도와 예산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제도보다 더 좋은 제도가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민심을 잃은 여당이어도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야당이어도 늘 기본적인 의석을 챙길 수 있고 국고 지원금은 1, 2당에게만 엄청나게 지원되는 현실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늘 반복적으로 이런저런 논의들만 늘어놓다가 결국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 체제이고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런 상황은 국민들에게 정치 불신을 가중시킴으로써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현대의 정치에서 누구도 민주주의를 부정하지 못한다. 그 어떤 누구도 민주주의를 공격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정치혐오와 정치 불신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바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데 있다. 민주주의의 후퇴는 바로 인권에 추락과 소외의 가중을 몰고 온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정치 불신은 기득권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만 이롭게 작용한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살려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다수에 의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당구조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체제로 유지된다는 것은 결국 앞으로도 세상이 전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민은 오늘도 절망하고 있다.
 
정용해
(정치학박사, 한결미래정치연구소장)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