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 김대중 대통령 때는 맹비난하더니, 박근혜 대통령 때는 박수갈채

 이미지 출처 = 국정브리핑 홈페이지 캡쳐
[트루스토리] 유감이다. 현 정부의 태도에 유감이라는 것이다. 국민도 그런 정부에 ‘유감’을 보내고 있다.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세상은 또 그런 것일까.

북한이 유감을 표했다고 수구보수진영에서 신명나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수구보수언론들도 난리다.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남북간 긴장감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말 남북간 긴장감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극적타결을 위한 협상은 정말 길었다. 마라톤 협상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 속에서 ‘마음에 차지 않아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이라는 뜻의 유감이 나왔다. 남북이 동시에 공개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6개 합의내용’에서 눈여겨 볼만한 사안은 사실 한 가지다.

바로 제2항.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는 것. 우리 정부는 이를 두고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했다”고 이상한 평가를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남북 합의문을 보면 북한은 결코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사실, 정확하게 들어가야 할, 즉 우리 국민이 바라는 문구는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을 북한이 저지르고 그로 인해 남한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명시되어야 옳았다.

하지만 ‘못된’ 깡패국가인 북한은 그러지 않았다.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이 남한이 오래전 심어둔 지뢰로 인해 폭발했는지, 유실된 지뢰로 폭발했는지, 북한이 침투해 설치한 지뢰인지 아무것도 명시하지 않았다. 그저 남측에서 운이 나쁘게 발생한 사고에 한민족으로 유감을 드러낸다, 이 정도일 뿐이다.

그런데 이게 사과라니? 오죽했으면 보수언론 ‘동아일보’가 25일자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을 퍼부었을까.

북한은 앞서 지난 2002년 6월 말, 서해에서 발생한 ‘제2차 연평해전’에 대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도 ‘유감’으로 사태를 피해간 것이다. 김대중 정부도 지금의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를 ‘사과’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사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게 사과냐’고 딴지를 걸었다. 그런 조선은 박근혜 정권이 받아낸 ‘사과’에 대해 “북한은 사과란 말을 한 적이 없었다”는 망각의 논리로 접근하더니 급기야 박근혜 정부를 칭찬하기에 그야말로 여러 지면을 할애하고 나섰다.

조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과거 정부에 대해선 기괴한 논리로 비판을 쏟아내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정권에 대해선 무슨 짓을 하더라도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게 그들의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이비 언론’이 아닐까.

2002년, 그들은 사과를 했지만 남북은 여전히 긴장상태이고 갈등관계를 지속해왔다. 북한은 그런 존재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언론들은 마치 이번 합의를 통해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일관성이 없는 것은 그렇다 치고, 전문적 견해조차 없는 자신들이 어떤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지 부끄러움조차 없다.

북한은 분명히 사과하지 않았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외교적 승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오류와 한계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또 언제든 ‘긴장국면’을 조성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때는 뭐라고 대답할 것이고, 그때는 지금의 ‘합의’를 어떻게 평가할 지 너무나 궁금하다.

최봉석 대표기자 겸 발행인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