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영화의 영향력을 무시 못 하는 세상이다. 영상미디어가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영화가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면 거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많은 사람이 봐야한다. 훌륭한 영화라도 관람객이 적으면 영향력이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감동과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흥행 영화는 오락성이 강하다.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여운이 오래간다. 이 조건들을 갖춘 최근의 한국영화 흥행작은 ‘명량’, ‘국제시장’, ‘변호인’, ‘암살’, ‘연평해전’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600만 관객 돌파에 이어 미국시장에서도 감동의 물결을 이어가고 있는 ‘연평해전’은 근래에 일어난 사건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남다르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영화 ‘연평해전’의 주 관객층은 중년층이 아니라 20대(35%)와 30대(30%)였다고 한다. 또한, 지난 18일 맥스무비 예매 관객 설문조사에 의하면 영화 ‘연평해전’ 관객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가 2위(15%)에 그쳤고, 중도가 81%에 달했다. 많은 관객이 ‘연평해전’이 실화를 다룬 영화라서 극장을 찾았다고 답했다(43%). 76%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 혹은 후에 2002년 실제 제2차 연평해전 사건을 검색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약 300만 명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영화의 영향을 받아 제2차 연평해전 사건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는 나름의 수고를 한 것이다.

영화 ‘연평해전’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제2차 연평해전 사건에 대한 정치적 재평가 문제와 전사자·부상자에 대한 예우 논란이 불거졌다. 필자도 ‘연평해전과 여인의 향기’란 졸필을 통해 연평해전 영웅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영화 ‘연평해전’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을 다루었으니 분명 우리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의 계기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2015년 8월은 6·25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했던 달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일촉즉발 전운이 한반도에 감돌았다. 하지만 25일 북한은 합의문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이산가족상봉과 남북민간교류 등을 약속했다.

과거 북한의 군사 도발이 있었을 때 일부 국민은 진영논리에 빠져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였다. 가까이 천안함 폭침 때 얼마나 많은 음모론이 산화한 전사자들을 욕보였던가? 지난 2010년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과 외국 전문가가 조사 끝에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천안함 폭침’을 믿지 않고 각종 유언비어와 음모론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비열한 ‘목함지뢰 도발’ 사태는 확연히 달랐다. 국민은 전폭적으로 정부와 군에 지지를 보냈고, 젊은이들도 이번에는 음모론을 외면했다. 매일경제신문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82.8%가 북한의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이 북한 책임이라고 답했다. 또한, 2030세대 80.4%가 ‘군사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고 답해 안보 의식이 크게 달라졌다.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가 대통령과 군에 커다란 힘이 된 것은 불문가지다.

20~30세대가 어떻게 음모론에 빠지지 않고, 현실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영화 ‘국제시장’으로 젊은이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을 고양하고 주한미군에 대한 일부 적개심을 누그러뜨린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연평해전’을 통해 20~30세대는 북한 군부의 비열한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었다. 특히 같은 또래 군인이 북한의 비열한 기습공격에 산화한 것에 적지 않은 감정이입이 생겼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우리 젊은이들을 기린,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영화 ‘연평해전’의 날개짓이 종국에는 통일이란 폭풍우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해 본다.

미자리온 대표 이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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