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비무장지대 지뢰폭발 사고를 북의 도발로 공식 발표한 8월 10일부터 남북 고위급 합의가 도출된 8월 25일까지, 조선일보는 우리 군의 부실한 경계태세나 무능한 정부의 대응에는 무관심한 채, 전면전 수준의 무력 응징을 촉구하며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천안함 사건이나 제주도 해군기지를 언급하며 대결보다는 평화를 강조하는 국민을 좌파, 종북세력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남북문제를 바라보지 않을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라는 주요한 가치는 내팽개친 채, 전쟁불사를 외치면서 국민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안보 장사에 몰두한 조선일보 ‘지뢰도발 관련 전쟁위기론․응징론’ 34건을 2015년 8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8월 10일 국방부는 8월 4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목함지뢰로 인한 군사도발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군은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남북 긴장 상태가 계속되던 중, 20일 북한은 남쪽으로 두 차례 포격을 가했다. 우리 군도 대응 포격하면서 42년 만에 비무장지대 포격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추가적 군사 조치를 예고했고 우리 군도 도발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응징 의지를 드러냈다. 급격하게 경색된 남북 관계는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남북 고위급회담이 시작되면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민언련에 따르면 국방부의 지뢰도발 사태 관련 공식 발표가 보도된 8월 11일부터 남북합의 전날인 24일까지 조선일보는 강경한 정부 태도를 뛰어넘는 초강경 보도를 쏟아냈다.

조선일보의 보도 기조는 크게 전쟁위기론과 북한 응징론 두 가지로 나뉜다. 전쟁위기론은 과거 북한 군사 도발, 특히 천안함 사건을 복기하거나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위기감을 조성하는 보도이다. 응징론은 대화보다는 전면적 군사 보복을 강조하는 보도이다.

지뢰도발 사태 관련 전체 보도량 76건 중 전쟁위기론이 20건으로 26.3%의 비중을 차지했고 응징론은 14건으로 18.4%를 차지했다. 반면 지뢰도발 당시 경계실패 문제를 지적한 것은 3건에 불과했다.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의 사이의 엇박자나 위기상황에 대면보고를 받지 않은 대통령의 태도를 지적한 보도도 3건이었다. 20일 북한의 포격 당시 부실한 군의 대응을 다룬 보도는 단 1건에 그쳤다. 조선일보는 목함지뢰 폭발 이후 남북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시종일관 전쟁 위기를 집중 조명하고 군사적 응징을 강조하는 보도를 쏟아낸 것이다.

‘제2의 천안함 사태’로 규정, 국민에게 출사표 강요하는 위기론
 
조선일보의 전쟁 위기론에서는 이번 지뢰도발 사태를 천안함 사태와 비교하는 보도가 특히 눈에 띈다. 국방부의 최초 공식 발표 직후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을 ‘제2의 천안함 사태’로 명명하고 1면 톱보도 제목으로 뽑았다. 이는 5개 주요 일간지 중 유일하다.

<‘천안함’은 끝나지 않았다>(8/11, 1면, 유용원·전현석 기자)는 “북한이 DMZ에서 도발 주체와 원점 확인이 쉽지 않은 ‘천안함식 도발’”을 했다고 전했고 같은 날 사설 <북 휴전선 지뢰 도발은 제2의 천안함 폭침이다>(8/11)는 “천안함을 폭침했던 수법을 이번에 땅 밑에서 똑같이 써먹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이번 사태와 천안함 사태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보도만 5건이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칼럼/‘국방 과학수사’ 신뢰전문성 갖춰야>(8/26,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에서 종북논란을 불러왔던 천안함 사건, 북한 무인기 사건, 그리고 이번 목함지뢰 사건 등 안보 관련 사건마다 “신속하고 철저한 초동수사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과학수사, 검증 가능한 ‘증거 전달체계의 무결성’을 통한 명쾌한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은 뒤 “그저 ‘우리 군을 믿나, 북한을 믿나’, ‘북한은 무력 도발과 불법 침략의 전과자이다’ 등 ‘심증’과 ‘애국심’을 무한반복, 강조하고 있을 뿐”이라며 조선일보와 같은 태도를 비판했다.

20건의 전쟁 위기론 보도 중 13건을 차지한 북한 동향 보도도 위기감 조성에 한 몫 하고 있다. <북, 심리전 방송․전단 지목하며 “통째로 불바다” 협박>(8/15, 3면, 유용원·전현석 기자)처럼 이제는 진부해져 버린 북한의 거친 표현을 부각시키거나 <김정은, 무력도발 직접 지휘…확성기 타격하거나 서해서 기습 가능성>(8/22, 2면, 황대진 기자)과 같이 20일 포격 이후 북한의 추가 군사도발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전쟁 위기감을 부추긴 조선일보는 <사설/대통령?군?국민 모두 정위치에서 안보 위기 이겨내야>(8/22)에서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북의 장난질에 놀아나 적전 분열을 일으킨다면 국가 안보에 대한 자해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더니 “이 나라와 우리 자신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며 전 국민에게 출사표를 써놓을 것을 종용했다.

전면전에 나서야 한다는 조선, 좌파․종북몰이도 반복
 
조선일보 지뢰도발 사태 보도의 또 하나의 축인 응징론은 위기론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군 당국의 ‘도발 원점 타격’도 충분치 않다며 전면전에 가까운 보복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전쟁보다는 평화에 역점을 두는 모든 세력을 좌파나 종북세력으로 몰고 있다.

<칼럼/북 도발 막는 건 ‘군대다운 군대’다>(8/13,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은 “군은 적 도발 시 더 이상 누구에게 묻지도, 눈치 보지도 말라. 오직 무자비한 보복과 그 전과로만 국민에게 보고하라”고 했는데 이는 전시작전통제권도 환수 받지 못한 우리 군의 상황마저 무시한 채 ‘무자비한 보복’을 운운하며 북한과 마찬가지로 비이성적 전면 충돌로 나아가야 한다고 열을 올리는 것이다. <사설/‘북 도발 원점 타격’ 못 할 거면서 큰소리는 왜 쳤나>(8/14)도 “북의 도발로 우리 국민이 살상됐을 경우 도발 원점은 북한군 전체라고 봐야 한다”며 역시 군에 전면전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칼럼/북한은 우리가 응징 못할 것을 안다>(8/18, 김대중 고문)는 아주 노골적인 좌파․종북몰이를 보여준다. 천안함 사태가 북의 폭침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국내외 모든 전문가들에 대해 “종북 세력들이 당국의 지뢰나 어뢰 확인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시간을 벌어주고 우리 적개심의 예봉을 무디게 해주는 등 지원 작전을 병행한다”며 비아냥대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좌파 세력이 죽기 살기로 막고 도지사까지 엇박자를 놓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북한은 흐뭇하다 못해 스스로 놀랄 것”이라며 근거도 없이 평화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모든 이들을 북한 세력으로 재단했다.

민언련은 “북에 대한 무력 응징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까지 그 응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이는 합리적인 언론이 해야 할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글 도움말 = 민언련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