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칼럼뉴스] 역시 정치혁신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휘몰아치던 한국정치의 혁신 바람은 깊은 파장을 만들어 내는데 까지는 성공하였으나,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저기에서 원칙이 무너지고 기본적인 틀을 갖추지 못한데서 오는 실수와 불협화음이 다양한 문제들을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치 혁신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을 다시 실망으로 몰아가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태풍 같았던 기대가 잠시 잦아들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 모순의 충돌일 것이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물갈이 요구와 정치적 변화를 위해서는 일정규모의 세력화가 필수적이라는 모순적 상황이 현실정치에서 충돌하면서 태풍 같았던 변화의 열망을 잠시 잦아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12년 대선 시기부터 호남을 중심으로 하여 불어온 정치적 변화의 바람은 우선 호남정치 기득권 세력의 교체요구와 함께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달라는 두 가지 간절한 요구를 담고 출발했었다. 그리고 잦아들었던 바람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라는 작은 변화가 정치변화의 기폭제로 작동하면서 현실 정치권을 흔들었다.

그러나 정치현실에서는 이 문제가 모순적 구조가 함께 부딪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두 가지 모순구조가 함께 섞여 있는 것이 현재의 국민의당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호남 기득권 정치의 책임을 져야하는 현역의원들의 대거 결합은 일정한 세를 형성할 수는 있었으나 정치교체의 입장에서 보면 소속 정당만 바뀐 얼굴들이었다. 이런 현상은 지지율의 정체 현상으로 연결되어 새 인물의 수혈을 어렵게 하는 반작용을 불러왔다.

현실적으로 일정한 정치세력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현역의원들의 규합이 불가피한 선택인 점이 있으나, 정치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기성 정치권력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정치혁신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어느 인물 한명의 위대한 리더십으로 순식간에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런 방식으로는 진정한 정치혁신을 이룰 수도 없다.

현재 정치혁신에 대한 백가쟁명의 방식이 논의되고 있고, 누구는 혁신대상이라느니, 누구는 혁신적 인물이라느니 하는 논쟁도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정치혁신의 과업을 이행할 수가 없다.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혁신대상도 혁신의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길은 한가지일 수밖에 없다. 모순을 충돌시키기 보다는 빠르게 모순을 딛고 넘어서는 일이다.

지금의 단계에서는 인물에 대한 혁신 논쟁을 일단 중단하고 빠르게 교섭단체 구성에 나서는 일이다. 한국정치에서 의미 있는 제3정치세력의 공식적 등장이라는 지평을 먼저 열어젖히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안 맞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 보면 이러한 합종연횡이 구 정치세력의 정치세탁 과정으로 비취어 질 수도 있다. 또한 어찌 보면 그것도 전혀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정치구조의 변화로 보게 되면 내용은 달라 질수 있다. 즉 적대적 공생관계를 통한 지역에 기반을 둔 양당체제에 근본적 균열을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90년 3당 합당 이후 고착화된 양당구조의 폐해를 전혀 개선하지 못한 채 모든 문제를 국민의 고통으로 전가시켜왔다. 정치변화의 가장 큰 숙제는 아마도 이렇게 고착화된 양당구조의 문제를 해체시키는 것에서부터 출발 할 수밖에 없다. 이 높고 두꺼운 벽을 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문제들과 어려움에 대해서 솔직한 고백과 더 강한 혁신의 실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한다.  

정용해 (정치학박사, 한결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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