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김수현 작가와 가장 오래 시간 작품을 같이 해 온 이는 누구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는 이견 없이 이순재일 것 같다.

이순재는 1990년 <배반의 장미>를 시작으로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엄마가 뿔났다>, <무자식 상팔자> 등 김수현 작가와 많은 작품에서 동고동락했다.

이순재에게 김수현 작가에 대해 묻자 첫 마디가 “아…. 대단하죠. 빈틈이 전혀 없습니다. 개연성이 철저하죠.”라고 극찬한다.

그 이유에 대해 “지나가는 행인도 다 이유가 있어요. 노인을 병풍처럼 세워두지 않습니다. 그 뿐인가요? 그냥 보아 넘기는 게 없어요. 젊은이들 이야기도 허투루 듣는 법이 없고… 모든 것에 귀를  기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김수현 작가가 시트콤을 썼던 거 아냐?”면서 “시트콤 ‘아롱이 다롱이’라고… 아주 재미있었어요. 그 시트콤 하면서 한 번 터지면 연기하다 말고 10분도 더 웃었어요.”라고 김수현 작가의 과거 시트콤 작품을 언급하고, “‘그래, 그런가야’가 시트콤은 아니지만 희극적 요소가 많아 시청자가 아주 유쾌하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래, 그런거야’ 에서 이순재가 맡은 종철 역은 은퇴한 노년의 재단사다.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그에게 묻자,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데이트하다가 쫓겨나는 바람기가 살랑살랑 있는 아버지와 좀 유사하기는 한데… 겉만 그렇고, 속은 완전 달라요. 아주 정이 깊습니다. 그래서 순댓국집 하던 강부자와 재혼을 했죠. 외형만 추구하는 인물이라면 그런 재혼을 했겠어요!”라고 답한다. 

그는 이어 “김수현 선생은 매번 드라마 속에서 세대별로 이슈를 이야기한다.”고 강조하고, ‘그래, 그런거야’의 종철을 통해서는 고령화 시대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100세 시대이지 않습니까? 65세 정년 퇴직 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들 막막하실텐데… 이 드라마가 방향을 제시해 줄 겁니다. 집에만 박혀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보수의 일거리라도 찾아 바쁘게 움직이고 봉사하면서 살아 있음도 감사하고… 노년 삶의 기쁨을 찾는 방법이 이야기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이순재는 “김수현 작가는 아이디어도 꼭 제시한다.”며 “’사랑이 뭐길래’가 방송되던 당시, 공중 화장실은 남녀 구분이 없었다.”라면서, 당시 김수현 선생이 드라마 속에서 “화장실 앞에 ’며느리’, ‘시아버지’ 이런 식으로 표를 꽂아두는 장면을 방송하고 나서부터 남녀공중화장실의 구분이 생겼다.”라고 설명하고, “김수현 선생이 이번에는 또 어떤 빛나는 아이디어를 던질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순재가 연기할 종철은 3대의 가장이다. 마지막으로 매번 대가족의 가장을 맞는 소감을 물었다.

“‘배반의 장비’의 40대 역할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버지 역할을 했네요.(ㅎㅎ) 김 작가의 작품에서 모든 갈등은 사랑에서 출발합니다. ‘사랑의 뭐길래’의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도 사실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엄했던 거죠. 그것이 사랑을 표현하는 대발이 아버지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래, 그런거야’의 종철도 가족을 깊이 사랑합니다. 아내와 아들을 먼저 보내고 며느리와 사는 큰 아들(노주현 분) 등 이 집안에도 크고 작은 갈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갈등은 모두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결국 사랑으로 해결됩니다. 적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결국 원수가 되고 하는 막장 드라마와는 격이 다릅니다. 제가 그 명품 드라마의 중심에 서 있는 가장이니 제 책임이 막중하지 않을 수 없네요. 주책 같지만 속이 깊은 은퇴 노신사 종철로 시청자 여러분을 곧 찾아 뵙겠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오는 13일 오후 8시 45분 첫 방송될 SBS 주말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어줄 정통 가족 드라마로, 3대에 걸친 대가족속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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