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정치권은 오직 공천권 앞에서 목을 움츠리고 있는 형국이다"

[트루스토리 칼럼뉴스] 작금의 한국의 정치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제는 분노보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이제 정치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라기보다는 단지 고급 직업의 일부분으로 전락한 듯하다. 여야를 망론하고 어느 정당에서나 조차 과거에 볼 수 있었던 패기에 가득한 초·재선 의원들의 집단적 의견표명 또는 당 지도부를 향한 혁신의 목소리는 찾아 볼 수 없다.

지금보다도 더 엄혹하고 어려웠던 시절에도 각 정당에서 쇄신파가 있었고 소장파가 존재했다. 총재라는 절대권력,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지역 패권적 상황 앞에서도 총재를 비롯한 지도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터져 나왔다. 지금 중진의원이라는 무게를 지닌 의원들은 이러한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타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오직 공천권 앞에서 목을 움츠리고 있는 형국이다. 상대당의 선거에 지대한 공헌을 이룬 사람을 모셔다가 공천권은 물론이고 당권까지 바치고도 모두 침묵이다. 민주화 투쟁의 빛바랜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는 86세대들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80년대 의장님의 호칭으로 정치권에 진입했던 자랑스러운 이름들은 아예 찾을 수가 없다. 

이제 이들도 기득권 정치세력이다. 정치를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원대한 사명감과 공평한 세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이미 버린 지 오래인 듯하다. 오직 직업으로서의 정치에만 매달려 공천을 받기 위한 침묵과 굴종을 스스로 감내하고 있다. 30대의 패기와 열정이 넘치던 모습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겠다던 포부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정치가 안타까운 까닭은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공고화라는 높다란 파고를 넘어 섰지만 정치는 생기를 잃었고, 오직 대통령의 살기어린 눈빛과 정치에 대한 불신만이 생기를 잃어버린 정치를 대신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에서 정치인의 직업을 지키는 것으로 변화되면서 정치는 점점 더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이렇게 변화되면서 국민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국민의 삶이 어려울수록 정치가 더 신뢰를 잃어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바로 정치가 문제인 것이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도, 우리의 국민의 삶이 편안해 지는 것도 사실은 모두 정치의 문제인 것이다. 즉 정치가 바뀌어야 국민의 삶이 편안해 지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는 이미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독과점 체제가 고착화 되어 있다. 이렇게 고착화된 정당체제는 엄청난 진입장벽을 만들어내고, 그 체제에 최적화 된 인물들만이 국회의원이라는 최상의 직업을 얻게 되는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패기와 변화의 희망을 상실한 고급 직업으로서의 국회의원만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가 바뀌려면, 정치인을 바꿔야 한다. 국민의 삶을 바꾸려면 정치를 바꿔야 한다. 이러한 대 명제 속에서 우리 국민은 또 다시 선택해야 한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추구하는 정치인들을 배격하고,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추구하는 정치인을 골라내야 한다. 이렇게 어렵고 중복 모순적인 모든 문제가 올곧이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진 상황이다. 이제는 각성된 국민에 의하여 변화되는 4월을 기대하여 볼 수밖에 없다.

정용해 (정치학박사, 한결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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