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70% “성추행·희롱 당한적 있어”…가해자는 교장 교감이 많아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여교사들이 동료 교사나 학교 관리자, 학부모 등으로부터 술 따르기 강요, 언어 성희롱,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에 노출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와 전문산하기구 ‘참교육연구소’는 지난 5월 22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 지역주민에 의한 집단성폭력사건’에 관해 여교사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15일,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전국의 학교(유, 초, 중, 고)에 근무하는 여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으며, 1758명이 응답했다.

교직 생활 동안 성폭력 경험 비율 70.7%, 여교사의 1/3 가량(29.3%)만이 성폭력 피해 경험 없어
 
먼저 교직 생활 중 성희롱, 성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서, 피해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한 여교사의 비율은 29.3%에 불과하다. 다수의 여교사는 여러 형태의 성희롱, 성폭력 피해 경험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응답 비율이 높았던 피해 경험은 술 따르기, 마시기 강요(53.6%)이다. 피해 경험률은 지역별 차이보다 학교급별 차이가 크다. 상대적으로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의 피해율이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 59.5% > 고등학교 52.4% > 중학교 40.4%)
 
피해 경험 형태는 술 따르기, 마시기 강요(53.6%)에 이어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40.0%), 언어 성희롱(34.2%), 허벅지나 어깨에 손 올리기 등과 같은 신체 접촉(31.9%)의 순이다. 춤 강요를 제외하고 급별 피해율은 초등학교 > 고등학교 > 중학교 순이다.
 
특히 2.1%의 교사들은 키스 등 심각한 성추행 피해를 경험했으며, 강간과 강간 미수 등 성폭행 피해율도 0.6%(조사 대상 1,758명 중 10명 응답)에 이른다. 2013년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평생 동안의 피해 경험 중 강간 미수가 0.5%, 강간이 0.4%로 나타났던 것과 비교할 때, 여성에 대한 차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교직사회에서도 피해 정도가 일반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관리자와 동료, 그리고 학교교육에 관여하는 학부모와 주민이 가해
 
가해자의 유형을 묻는 설문(복수응답) 결과,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72.9%, 동료교사가 6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성폭력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관리자와 교사에 대한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가해 사례는 직책이 있는 경우(학부모 11.0%, 주민 4.0%)가 직책이 없는 경우(학부모 1.8%, 주민 1.1%)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대다수 학부모와 주민의 경우와 달리, 학교교육에 관여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은 교사들과 직접 접촉하거나 공적 활동의 연장으로서 회식을 함께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리자, 학부모, 지역 주민의 의한 피해 경험은 중•고등학교에 비해 초등학교에서 더 높다. 초등의 경우 학부모의 학교 교육활동 참여 기회가 많은 관계로 교사와 학부모의 접촉면이 넓고,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과 교사 간 위계가 강한 교직 문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동료교사에게서 입은 피해는 중·고등학교에 비해 초등학교가 낮다. 여교사 비율이 초등학교에서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번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전라남도의 경우, 관리자가 가해자인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반면(전국 72.9%, 전남 58.7%), 학부모가 가해자인 비율(전국 12.8%, 전남 22.3%)과 주민이 가해자인 비율(전국 5.1%, 전남 11.9%)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성희롱, 성폭력 발생의 가장 큰 배경은 여교사를 성적인 대상으로 보기 때문
 
성희롱, 성폭력 가해자들의 행동 이유에 대해서 여교사의 36.9%는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5.1%는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유흥 문화를 들었다.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의 성평등 의식이 여전히 낮은 현실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의 방조 및 부추김을 가장 큰 이유로 보는 응답도 15.2%에 이른다. 관리자들의 의식 개선 또한 중요 과제임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설문에서 보기 항목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남성을 여성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의식 또한 여교사에 대한 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 대한 서술형 응답이나 현장 교사들의 견해에 따르면 학부모나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의 대상이 여교사인 경우가 많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남교사에게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여교사에 대해서는 폭언 등을 가볍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교원들도 주변에서 발견된다는 증언을 볼 때, 교직사회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대하여 성평등 의식 고양을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폭력 사건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 그리고 성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
 
교육부와 언론에서 사건 원인으로 많이 거론한 ‘관사 CCTV 등 안전시설 미비 및 치안력 부족(6.1%)’, ‘도서 벽지 지역에 신규 여교사 배치 증가(1.7%)’, ‘여교사의 비율 증가(0.2%)’ 등에 대해 절대 다수의 여교사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사건의 원인에 대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67.1%)’과 ‘가해자들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24.6%)’을 들고 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0.3%에 불과했다.
 
전교조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성 평등 교육·성폭력 예방교육은 여성을 변화시키고 피해자가 취해야 할 행동을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과 성범죄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진전이 미흡한 것이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컷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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