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강압적 자세로 나온 이정현 녹취록 공개 파문...박근혜 심기만 살폈다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이정현 녹취록은 갑질이자 불호령이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이정현 녹취록은 결론부터 요약하면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일방적 명령문이었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공중파 뉴스 보도 내용을 바꾸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또 ‘천박한 독재’가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에 국민은 “어안이 벙벙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역사에 남을 막장, 패륜 공천으로 자멸한 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세월호 유가족들을 탄압하고, 특조위를 강제종료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양을 미루고, 이 나라가 박근혜의 사유지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정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이에 주고받은 대화는 ‘정상적 대화’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A부터 Z까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우리 국민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는 대화였다는 것.

정상적인 대화였다면,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 당시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 400톤이 어떤 이유로 실렸는지, 공중파 언론사가 집중적으로 이 같은 오류를 해부해서 다시는 이런 참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보도를 해달라고 주문하는 게 정석이었다.

청와대가 공중파 언론 보도에 개입한 녹취록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늘 의혹으로 제기돼 왔던 절대권력의 ‘언론 통제’ ‘언론 장악’ ‘여론 조작’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

특히 당사자들의 대화는 ‘업무적’인 대화라기보다는 ‘선후배’간의 대화였다. 때문에 단순히 청와대가 KBS에만 그런 강압적 방법으로 전화를 걸었다기보다, 세월호 참사 뿐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게 위기를 줄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KBS 외에 다른 매체, 방송, 신문 할 것 없이 다른 매체들에게도 친분관계를 이용해서 보도를 통제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는 게 언론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장 청와대와 관련자에 대한 책임 규명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언론계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언론 통제, 보도 개입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은 충격적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아예 김시곤 국장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일방적으로 대화하고 말을 자르기 일수였다. 오만하고 건방진 ‘권력’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단 한 명의 생명조차 구하지 못했던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부정적 그리고 비판적 보도를 막기 위해 전사적으로 언론을 압박하고 통제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이 정도로 전화를 할 정도라면, 다른 ‘권력을 쥔’ 청와대 관계자들의 행보 또한 오십보백보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 통화 내용을 분석하면,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두차례 이뤄진 이 통화 내용에서 청와대는 언론의 독립성을 애시 당초 무시하고 있다. 보도는 편집국의 권한이지만, 사안이 좀 가라앉은 다음에 보도해도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날짜 조정’까지 해주고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전 수석과 김 전 국장의 통화 내용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책임을 해경이 아닌 선원들에게 떠넘기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 청와대이다 보니, 이번 사태도 청와대는 이정현 ‘개인 일탈’로 몰아가고 있다.

청와대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1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이 “홍보수석은 정부의 언론 관련 소통을 총괄하는 업무로 (당시 이정현 홍보수석도) 언론과의 일상적 소통이 당연한 업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적극 동조하며 “청와대 홍보수석의 업무보다는 의무”라며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달라고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언론 보도 통제가 ‘홍보’이고 ‘의무’라는 것이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전 홍보수석에 KBS 보도 개입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대한민국 위기에서 가장 어깨가 무겁고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분이 누구겠느냐,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대통령 편들기에 나섰다.

이 비서실장은 특히 강 의원이 “대통령은 관저에서 이 전 수석과 KBS 뉴스를 동시에 시청하고 보도 통제를 지시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그런 문제를 추측으로 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달 30일 SNS 방송 ‘원순씨의 X파일’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로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보도에서 빼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와 땀을 흘려 신장시킨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후퇴해도 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박 시장은 이어 “청와대와 여당의 반대로 특조위 활동 연장이 거부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의혹은 더 쌓이고 국민의 질문은 커지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특조위 활동을 끝내려 한다"고 지적한 뒤 ”진실에 유효기한은 없다". 성역 없이, 한 점 의혹도 없이 진상을 밝혀야 미래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준 4·16연대 운영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참사 당시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철근 400t이 실려 있었다는 사실과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보도통제하려 한 통화가 공개됐다”며 “아직도 이처럼 규명해야 할 진실이 많으니 특조위 조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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