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다른 걸그룹과 어떤 차별화 전략 갖고 있는 것일까

[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올해 8월 야심차게 내놓은 걸그룹 블랙핑크는 데뷔곡 ‘휘파람’으로 데뷔 14일 만에 SBS ‘인기가요’ 1위 후보로 등극했다. 신곡 ‘불장난’은 12월 3주차 현재까지 총 6주간 1~3위 상위권에 랭크돼 어제(11일) 마지막 방송활동 역시 2위를 기록했다.

하반기에 데뷔해 지난 11월 ‘2016 멜론뮤직어워드’ 신인상을 차지한 블랙핑크는 예능 프로그램도 거의 뛰지 않았고 선택적인 음악 방송 활동을 펼쳤지만 최단 기간에 톱 순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대형기획사의 브랜드가치와 파워를 보여준다. 동시에 근 10여 년 간 화려한 아이돌들을 보며 나날이 눈이 높아진 한국 대중들의 미감을 충족시킬만한, 걸그룹의 예쁜 스타일링이 무엇인지도 가늠케 한다. 

팀명 블랙핑크(BLACKPINK)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핑크 색채에 그로테스크하거나 냉소의 의미가 담긴 블랙 색채를 가미, ‘예쁜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반기의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블랙핑크는 데뷔곡인 ‘휘파람’ ‘붐바야’, 이번 앨범의 ‘스테이(STAY)’ ‘불장난’까지 여성스러운 플로럴 느낌의 블라우스에 필연적으로 징이 달린 야구 점퍼나 워커를 매치하는 YG 특유의 중성적 스타일링을 고수한다.

파스텔톤 테니스스커트를 맞춰 입은 걸그룹들과 차별화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 테디 스타일의 프로듀싱에 기인해 성별이 무관해 보이도록 어딘가 보이시하게 구현해낸 음악스타일, 타오르는 불(FIRE)에 관한 가사나 무대 장치를 걸그룹과 파워풀하게 매치시키는 불변의 콘셉트는 YG 걸그룹 특유의 인장(Signature)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인장들을 두루 갖춘 블랙핑크는 당연하게도, 얼마 전 8년차로 공식 해체한 선배 그룹 2NE1(투에니원)과 연장 혹은 비교 선상에 놓인다.

YG의 첫 걸그룹 2NE1은 뿔·사과·삭발 모양새의 기괴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한 채 데뷔곡 ‘파이어(Fire)’, ‘롤리팝(Lollipop)’부터 ‘고 어웨이(Go Away)’, ‘크러쉬(Crush)’, ‘헤이트 유(I Hate You)’ 등 이색적인 명곡으로 당시 가요계에 변화를 일으켰다. 일렉트로닉과 힙합과 댄스의 조화 아래 2NE1 특유의 ‘놀아보자’ 분위기가 고양됐으며, 때론 ‘어글리’(Ugly)의 처량한 선율이 동세대의 평범한 청춘들을 감화시켰다.

그래서 2NE1은 남자들의 평가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신의 스타일을 개척하겠다는 YG의 걸그룹에 관한 주체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한국 걸그룹사(史), 나아가 여성들의 삶을 위한 당시의 어떤 교조적 울림을 전한다.

후배 그룹인 블랙핑크가 2NE1의 메시지 계보를 반드시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무도, 2NE1의 음악적 성과에 발목이 잡혀 주춤거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블랙핑크가 세계적 트렌드인 트로피칼 하우스 뮤직 장르를 세련되게 강조할지언정, 현재까지 이 그룹이 국내 가요계를 향해 보여준 전언에는 어떤 뚜렷한 텍스트적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가령 ‘휘파람’에서 여성 화자는 “모든 남자들이 날 매일 Check out(체크 아웃) / 대부분이 날 가질 수 있다 착각”한다며 주변 남자들을 무척 의식하기에 바쁘고, 신곡 ‘불장난’은 도입부부터 “우리 엄만 매일 내게 말했어 / 언제나 남자 조심하라고 / 사랑은 마치 불장난 같아서 다치니까”라며 연애 권력에서 불리한 여성들의 입장을 부각시키는데 그친다.

선배 산다라박, 박봄, 씨엘, 공민지에 비하자면 블랙핑크의 제니, 로제, 지수, 리사의 해외 교포와도 같은 서구적 미모 레벨이 업그레이드 됐지만, 현재로선 탁월한 외모와 훈련된 라이브 실력만이 이들의 성공을 담보하는 자산으로 비춰질 뿐이다. 기대와 달리 올해의 대형신인 블랙핑크 역시 한국 걸그룹 특유의 여성적 어필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YG는 유독 가수들을 아티스트화하며 타 기획사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수장인 양현석은 팬들 사이에서 소속 가수들을 홀로 감상하는 자신만의 ‘보석함’을 가지고 있다는 조롱 섞인 힐난을 받는다.

실제로 지난 해 9월 컴백을 예고했던 빅뱅의 음반은 총 8년 간 발매되지 않다가 지드래곤, 탑 등 대부분의 멤버들이 군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야 오늘(12일) 밤 발매되고, 후발대 보이그룹 아이콘과 위너 역시 그간 낸 몇 곡들로 근근이 해외 공연을 돌고 있다. 확실한 것은 빅뱅 계보를 이어 스스로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YG 남성·혼성 아티스트들은 블랙핑크에 비해 앞으로도 활동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 데뷔한 블랙핑크의 역할이란 얼마나 중요했던 것일까. 이들은 활동이 뜸한 YG 보이그룹들의 공백을 영리하게 메우며 YG에게 오래 충성해온 팬들을 충족시켜야 하는 대체재였다. 하지만 ‘나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고 외치는 블랙핑크의 개성이란 결국 타 걸그룹들과 비교했을 때 스타일링의 특별함에만 그쳐 있는 것은 아닌지, 차후 블랙핑크의 정규 앨범이 YG의 중요한 고민이자 과제로 남은 이유다.

 

블랙핑크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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