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으로 미성년자 성추행한 ‘칠레 외교관’ 박모씨, 함정 취재에 걸리지 않았다면?

 

[트루스토리] 이소연 기자 = 중년 남성의 칠레 외교관 박모씨가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 한 사실은 대한민국 지도층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칠레 외교관 뿐 아니라 각국에 나가 있는 다른 외교관들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정·재계 고위 인사나 법조인, 대학교수 등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던 이들이 성추문을 일으킨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

최근 ‘자칭’ 보수단체의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윤창중(60)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바 있으며 박희태(78) 전 국회의장도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20대 캐디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받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칠레 외교관’ 성추행 사태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누리꾼들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며 ‘특권의 혜택’을 포기하지 않고 여성을 성적인 노리개로 삼으며 범죄를 자연스럽게 저지르는 일부 권력가들이 보여주는 일련의 현상은 ‘제2의 칠레 외교관이 또다시 탄생할 수도 있고’ 혹은 ‘우리 사회의 성범죄가 계속 증가하게 되는 이유’라고 꼬집고 있다.

‘칠레 외교관’이 이처럼 이틀 연속 주요 포털 화제의 사회 이슈 또는 국제 이슈로 등극한 까닭은 칠레의 방송사 ‘Canal 13’의 현장고발 프로그램 ‘En su propia trampa(자기 덫에 빠지다)’가 지난 16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30초짜리 예고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해당 동영상에 의하면 중년의 한국인 외교관이 “한국어를 가르쳐주겠다”며 현지 10대 여학생에 접근해 포옹을 하거나 팔을 잡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등 ‘막가파식 행동’을 자행했다. 심지어 이 칠레 외교관은 해당 여학생에게 “입을 맞추고 싶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내도 했다.

일각에서는 ‘상습적인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이 칠레 외교관은 해당 여학생에 대한 성추행을 자연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만약 함정 취재에 걸리지 않았다면 해당 외교관 때문에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 영상은 첫 번째 피해 여학생의 제보를 받아 이뤄졌다. 첫 번째 피해 여성의 제보를 통해 취재가 진행됐지만, 또 다른 피해 여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현지 방송사는 다른 미성년 여학생에게 의뢰해 해당 외교관에게 접근시켜 이른바 ‘함정 취재’를 벌였고, 이 같은 더러운 실체가 포착된 것이다.

칠레 대사관에서 문화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 칠레 외교관은 제작진에 덜미가 잡히자 촬영 사실을 전해듣고 “포르 파보르(Por favor, 부탁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대응은 미지근하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혐의가 드러나면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어마어마한 사태에 대해 ‘해프닝’ 정도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해당 영상은 현재 60만명 이상이 본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칠레 외교관 성추행 사진='En su propia trampa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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