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서청원 의원, 마지막 저항을 지켜보며

 

[트루스토리] 서청원. 그는 지금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부는 소란스럽다. 주변에 모든 사물들이 ‘질병’으로 보일 가능성도 높다. 위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이라는 이야기다.

서청원.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속에서 아군은 그를 여전히 영웅 취급하고 있지만 적군은 그를 또 다른 ‘주범’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이라는 것이다. 물론 검찰과 특검이 서청원 의원을 그렇게 잔인하게 규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그도 ‘국정농단’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고, 거기에 동참했을 가능성은 더더욱 높다는 의미다.

때문에 시민들은 그를 포함한 이른바 ‘친박’들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지금이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자칫 대한민국 사회를 붕괴시키는 질병의 출발점이 어쩌면 ‘친박’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을 받고 있다. 사실상 1호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힘을 받기도 전에, 서청원 의원은 4일 “거짓말쟁이 성직자 인 위원장은 이제 당을 떠나라”고 반격에 나섰다.

서청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명진 위원장은 무법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벌이며 당을 파괴하고 있다” 또는 “인명진 위원장의 불법적 행태에 대한 당원 동지의 불만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저는 인명진 위원장이 주인 행세를 하는 한 당을 외면하고 떠날 수 없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폭군’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 정도가 되면 사실상 전쟁이다. 서로 총을 겨누고 지독하게도 확인사살까지 하고 있는 형국이다. 혹자는 새누리당 내에 너무나 많은 위험 요인이 잠복해 있어 ‘최순실 게이트’와 상관없이 몰락할 것이라고 했는데, 딱 지금이 그런 경우다.

서청원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명진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대선이 끝나면 제가 노력해서 복당 후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또 인명진 위원장이 일부 친박 핵심의원들에게 탈당계 제출을 종용한 뒤 나중에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이른바 ‘위장 탈당’ 의혹까지 제기했다. 만약 서청원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명진 위원장이 앞장서 대국민사기극을 펼친 셈이다.

물론 인 위원장은 ‘사실무근’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지만, 분명한 것은 거대했던 새누리당이 상당히 초라해졌고 더더욱 초라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잡초와 곡식이 뒤섞여 있는 새누리당이라는 거대한 밭에 무작정 비료만 투입하면 잡초만 무성해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매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듣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인명진이라는 ‘노장 비료’만 투입하면 구조적으로 왜곡돼 있는 당의 구조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어쩌면 믿었을지도 모르고, 또 인명진이라는 ‘종교인’만 투입하면, 당장이라도 ‘대선 후보를 낼 수 있는’ 그러니까 불임정당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접근해서 볼 때, 서청원 의원 뿐 아니라 새누리당 전체가 상당히 고통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사실상 절망한 유권자들을 위해서라도, 당을 해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어떤 각도로 접근을 하더라도 새누리당은 개혁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없어 보이고, 또 해결을 위한 열쇠도 없어 보인다.

이처럼 당이 활력을 잃고 비틀거리며 급기야 조울증 환자처럼 오락가락하고 있는 까닭은 뭘까. 단순히 비박계가 배신자처럼 “부끄럽다”고 뛰쳐나가고, 서청원 의원과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다투면서 ‘영역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정답은 어쩌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이미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병신년에서 가장 국민적 지탄을 한 몸에 받았던 새누리당은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박근혜를 위한 당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망가져 버린 상황에서, 이 공간에서 정치적인 기회를 찾는다는 것도, 정치적인 희망을 찾는 것도 어찌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됐다.

당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지켜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다.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선 후보조차 낼 수 없게 돼 버린, 새누리당 그리고 ‘맏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 서청원 대표의 마지막 저항은 봄눈처럼 맥없이 스러진 새누리당의 현 주소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움을 줄 뿐이다. /사진출처 = 서청원 의원 공식홈페이지

최봉석 대표기자 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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