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나영석 군단이 케이블TV tvN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3’로 새해 첫 포문을 연 것은 의미심장하다. 원년 히트메이커와 새롭게 투입된 신소재의 조화는 지금 tvN의 간판스타 나영석PD가 안고 있는 중요한 과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1회에서 제작진이 논의한 멤버들의 기상 타임은 비교적 여유로운 오전 9시였다. 하지만 나영석의 게임예능 룰에 익숙한 은지원은 발 빠른 기상을 위해 외출용 옷차림 그대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강호동, 이수근도 오전 7시 50분가량부터 침대를 박차고 미션 장소로 뛰쳐나갔다. 급기야 나영석은 방송분량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버리자 “다들 왜 그러는 거야?”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멤버들의 이러한 노련함은 예능프로그램에 예기치 않은 차질을 발생시키고,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종류의 애상(哀想)마저 불러일으킨다. 신입들로만 이루어진 프로그램이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특수상황. 실제로 KBS2 ‘1박2일’ 원년멤버이기도 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은 방송의 약육강식 논리를 지나치게 잘 알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신서유기1’이 출범한 지난 2015년, 강호동은 탈세 혐의로 이수근은 도박 물의로 은지원은 이혼남이라는 껄끄러운 프라이버시를 떠안은 채 방송복귀를 시도했다. 어느덧 중년이며 시끌벅적한 사생활 구설수에 휩싸인 이들이 ‘신서유기3’의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해당 프로그램이 전제하는 작은 위험부담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제작진은 인터넷시대의 새로운 변화와 함께 ‘신서유기1’을 한 회당 8분 분량으로 조각낸 웹(Web) 전용 예능으로 탄생시켰다. 그리고 ‘신서유기3’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램은 이전보다 한층 장광설에 가까운 방송자막(Record)에 의존한다.

그것은 능구렁이 같은 중년층 멤버들의 생존 속내에, 흡사 시멘트를 덮어버리는 일에 가깝다. 실제로 제작진은 슈퍼주니어 규현, 위너의 송민호와 같은 젊은 아이돌을 새로 투입했고, 이들에게 인터넷시대에 적합한 CG와 자막을 덧칠하며 프로그램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가령 창문틀까지 뛰어넘으며 질주하는 민호는 ‘이상한 포인트에서 승부욕을 불싸지름’ ‘일뜽!’이라는 자막을 통해 혈기왕성한 예능샛별로 캐릭터화된다. 배우 구혜선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한 모델 안재현은 ‘얼굴도 마음도 하얀 남자’로 묘사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방송 경력이 긴 규현은 ‘세상 비관적인 아이돌’이라는 시니컬한 타이틀로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낸다.

‘신서유기’ 시리즈가 비단 ‘1박2일’의 영예를 완벽히 재현하려는 프로그램은 아닐 것이다. 10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조금씩 변화했고 그 사이 나영석은 공중파를 퇴사해 케이블 tvN의 고연봉자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삼시세끼’의 연이은 성공은 나영석의 발빠른 상황판단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만큼 업무상황도 한층 치열해졌다. 성장세에 있는 tvN 프로그램들은 공중파와 다른 방면에서 신감각적인 아이디어를 지속 창출해야 한다. 심지어 나영석의 한결 같이 우렁차고 확신에 찬 연출스타일은 또다른 시청자들에겐 원인 모를 피로감을 남기기도 한다. 그리하여 끝내 ‘1박2일’ 원년멤버들의 닳고 닳음을 수렴해야 하는 ‘신서유기3’는 나영석에게는 심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작업물일지 모른다.

다행히 강호동이 ‘신서유기1’를 찍을 당시 영락없는 기계치였다면, 현재의 그는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을 기꺼이 중국의 대자연 풍경으로 교체할 수 있게 됐다. 같은 맥락에서 제작진은 멤버들의 단체카톡방 이미지를 방송화면에 친근하게 삽입하며, 아날로그 세대의 불안감을 상쇄시켜주기도 한다.

지금으로서 제작진이 꾀한 ‘신서유기3’의 업무스킬은 그 정도다. 과거를 추억하는 단골 시청자들과 새롭게 유입되는 어린 시청자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원년멤버들과 신입멤버들을 심리적으로 합치시키려는 작업. 지금의 히트메이커들이 미래에 감수해야 할 예능의 서정(敍情)도 딱 이런 것일까.

 

사진 = ‘신서유기3’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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