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소녀시대 막내 멤버 서현을 솔로 데뷔시켰다. 이로써 소녀시대 내의 실질적인 보컬라인 태티서(태연 티파니 서현)는 1년 남짓 기간에 전원 솔로앨범을 발매하며 디바 입지를 확보한 셈이 됐다.

지난 2016년 2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새로운 음원공개 채널인 ‘SM스테이션’을 론칭했다. 이토록 혁신적인 가상공간개념 속에서 SM은 그룹형 아티스트들을 솔로로 밀거나 유닛으로 묶는 것은 물론, 타 기획사나 A음악장르와 B음악장르의 콜라보를 주재한다. JYP 가수들은 여전히 박진영의 음악색깔과 프로듀싱에 거대한 영향을 받고, YG는 세계 팝 트렌드를 한국가요에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편이지만 아쉽게도 활동이 무척 뜸하다. 이견 없이 SM은 한국가요시장의 선봉장에 있는 것일까.

그 사이 많은 기획사들은 SM, JYP, YG의 제작방식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그래서 영세한 중소기획사라고 해도 음악기본기와 뚜렷한 콘셉트만 있다면 기존의 성공사례들을 발판 삼아, 한 시즌 가요계를 휘어잡을만한 ‘카드’를 내놓곤 한다. 이때 SM스테이션이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음원콘텐츠들은 타 기획사가 내놓은 히든카드보다 약해 보이거나 한 분기 실적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상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는 레드벨벳이 여자친구나 마마무, 트와이스보다 음원차트 성적에서 저조함을 보이는 것도, 톱 보이그룹 엑소(EXO)가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집중행보에 입지를 위협받는 것도 상업시장에선 당연한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SM의 장기 전략에 있다. 가령 사람들은 소녀시대에서 솔로 실적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태연뿐임을 어렴풋이 추산해낸다. 하지만 SM은 태티서라는 유닛을 결성함으로써 보컬라인의 저변을 넓히고야 만다. 급기야 댄스실력이 출중한 효연을, SM이 제작한 케이블TV Mnet 댄스경연프로그램 ‘힛 더 스테이지’에 출연시키는가 하면 이를 발판삼아 효연의 첫 솔로곡 ‘Mystery(미스테리)’ 발매로까지 연계시킨다.

대외적으로 영향력이 큰 지금의 한류아이돌들도 점차 나이가 든다.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가 언제까지나 음반활동을 할 수도 없다. 말하자면 지금의 SM은 음원을 발매하는 방법론으로서의 혁신뿐 아니라, 내부 아티스트들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는 기획사이기도 하다.

가령 이번 솔로앨범 쇼케이스 무대에 오른 서현은 ‘Don’t say no(돈 세이 노)’를 타이틀곡으로 결정한 것도 자기 자신의 의지였다며 “제가 이수만 선생님까지 설득해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 개개인의 음악적 염원이 현실화되는 회사는 흔치 않다. 걸그룹 멤버들 중 솔로 톱급인 효린조차 소속사 스타쉽의 상업적 제재에 발이 묶이고 심지어 노래 기교를 덜어내라는 지령을 받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2016년 7월1일 방송분)

서현이 걸그룹의 상징 소녀시대 멤버라고 해도 시시각각 음원차트가 변동되는 상황에서 그의 솔로활동이 SM에 어느 정도의 수익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SM은 서현의 음악적 의견을 수렴해 그에 합당하고도 대대적인 지원을 한다. 이 와중에 SM은 멤버를 분산시키거나 재조합할 수 있는 NCT 같은 신개념 브랜드그룹을 키워냈고, 지난 연말에는 1세대 아이돌 S.E.S를 SM스테이션에 무사 안착시켰다.

급기야 해외콘서트로 분주했던 엑소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유재석과의 ‘댄싱킹’ 콜라보를 수락하며 중장년층에게 인지도를 넓혔다. H.O.T, S.E.S, 신화 등을 흥행시키며 90년대부터 자본과 경험을 축적해온 SM은 대부분의 일거리에서 업계동료들보다 우선 거론되는 위치이며 외부제안도 실용적으로 수용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물론, 성공사례가 누적된 만큼 실패 리스크에 큰 두려움이 없는 SM의 사풍(社風)은 예기치 않은 수익을 나날이 가중시킬 수 있다. 최근 끊임없이 실험적인 SM이 언젠가부터 대중들에게 ‘믿고 거르는 SM’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한들, 이들의 야망 있는 사업계획으로부터 여전히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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