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폭로 “블랙리스트, 김기춘 취임 후 주도...반대세력 핍박하기 위한 것”

 

[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결국 ‘유진룡’ 전 장관이 입을 열었다. 유진룡 전 장관의 폭로로 김기춘과 조윤선은 한방에 무너졌다.

유진룡 전 장관의 발언이 미치는 영향력, 즉 김기춘과 조윤선은 그동안 자신들이 설정하고 구축해놓은 ‘성’ 안에서 자신들을 스스로 보호해왔고, 또 자신들의 발언에 한국 사회 그 누구도 양심선언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어왔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박정희식 70년대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음이 증명됐다.

물론 가장 큰 타격은 박정희의 딸이자 ‘피의자’로 신분이 변해버린 박근혜 대통령이 입게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담’이라고 현 상황을 안도하며, 유진룡 전 장관의 폭로에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박 대통령은 여전히 블랙리스트를 모른다는 것이다.

유진룡이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실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즉, 박근혜정권도, 최순실도, 출범 초기에는 ‘블랙리스트’에 전혀 상관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하면서 ‘막가파 정부’의 진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각종 보도 등에 따르면 유진룡 전 장관은 이날 오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마치 현 정부와 전쟁이라도 치를 것을 각오한 듯, 20여 분 가까이 블랙리스트의 실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유진룡 전 장관이 쏟아낸 내용들은 놀라웠다. 일단 블랙리스트는 확실하게 있었다는 것이다.

김기춘도, 조윤선도, 박근혜도 모두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유 전 장관은 ‘존재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리고 유 전 장관에게 위험한 불장난을 시킨 사람은 김기춘이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진룡 전 장관은 “김기춘 전 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라든가, 저한테도 그렇고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하고 또 실제로 그 리스트 적용을 강요했다. 저는 분명히 김 전 실장이 굉장히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블랙리스트는 정권·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국가 예산과 제도를 이용해 비판 세력을 조직적으로 핍박한 것은 민주적 기본 질서와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일로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지는 유진룡 전 장관의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다. 블랙리스트에 적힌 인물들을 탄압히기 위해 정부 사정기관을 총동원됐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나 가능했던 이야기가 박근혜정권에서 현실화 됐다는 뜻이다. 사정기관이란, 경찰과 검찰, 국세청, 관세청, 감사원 등이다.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는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냥이 존재했던 셈이다. 그 인원수만 1만여 명.

박근혜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내고 2014년 7월 자리에서 물러난 유진룡 전 장관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실제 존재하고 이를 본 적 있다고 지난달 말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폭로한 바 있다. 또한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실체를 따지며 ‘중단할 것’을 촉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무시했다고 그는 증언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참사 행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관련 행사에 얼굴을 내비치거나,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그간 조윤선의 눈치를 봤던 문체부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부랴부랴 사과를 했다. 하지만 야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직 재정비 계획을 밝혔다”라며 “‘참담’, ‘통절’, ‘뼈아픈 자성’ 등 표현은 엄중했지만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는 직무대행이 쇄신안을 발표한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또 “반헌법적인 블랙리스트는 장관 사임, 한 번의 사과, 국과장급 인사 단행으로 매조지을 수 없는 문제로 조직의 뿌리부터 바꾸는 쇄신만이 살 길”이라며 “이번 사태의 주범은 비뚤어진 권력자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장관은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을 사유화하며 국가와 공직사회를 욕보였다”고 비판했다.

유진룡 전 장관 뿐 아니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진행상황을 주기적으로 대면보고했다는 놀라운 증언이 나왔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한 대통령 현안보고 자료를 만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들을 종합하면 조윤선 문체부장관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김기춘 비서실장이 총괄했으며, 최종적으로 박 대통령이 진행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고 승인했다.

‘데스노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돈줄을 막는 월권을 행사하며 문화예술계 전반을 제 입맛에 따라 길들이려 했던 장본인이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한류와 창조경제를 입에 담았다. 또 국정의 4대지표로 ‘문화융성’을 내세웠다. 오직 정유라는 위한 문화융성이었을 뿐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유진룡 전 장관, 김종덕 전 장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블랙리스트는 전혀 모른다. 허위보도와 여론조작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 발끈하고 있다. 야권은 한 목소리로 “후안무치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 = 트루스토리 DB, 사진출처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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