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떠날 때 전혀 몰랐던 나경원, 황교안과 손을 잡자니 모양새 ‘이상하네’

 

[트루스토리] 김종렬 기자 = 새누리당 나경원 입장이 난처해졌다. 소신 정치인이 될지, 철새 정치인이 될지 본인의 운명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더 이상 나경원 의원에겐 철학적 인식이나 형이상학적 깊이를 발견할 수 없게 됐다. 말 그대로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이 꾸준히 바라봤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스스로 대권가도에서 빠져 나오면서 그가 지금까지 외쳤던 정치적 철학은 모양새가 우스꽝스럽게 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가장 먼저 소신 발언을 쏟아내며 새누리당 탈당을 외쳤던 그는 어찌된 일인지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바른정당을 선택하지 않고 새누리당에 잔류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여러 관측이 많았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그는 ‘반기문 바라기’였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반기문과 함께’를 통해 평탄한 대로를 걷고자 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경원 의원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났다. 자신이 바라봤던 ‘권력 나침반’이 심각하게 흔들리더니 결국 항해 초반 좌초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해석할 경우, 새누리당의 추가 탈당 이유가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풍(潘風)이 약하게 불더라도, 자신의 몸값을 높인 뒤 탈당하려 했던 당내 잔류 의원들은, 반풍(潘風)이 아예 멈춤에 따라 어찌할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제 와서 자존심을 버리고 바른정당으로 둥지를 옮기자니 창피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길을 잃은 채 동분서주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기괴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여의도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나경원 의원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일부 충청권 의원들과 함께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해 올인했던 나경원 의원은 사실상 반기문 밑으로 들어가면서 탈당을 거부했다. 바른정당으로 갈 것처럼 모호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최근 탈당에 대해 거부 입장을 굳혔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반기문 전 총장을 돕기 위해서였다. 바른정당 내 유력 주자가 보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반기문이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반기문 쪽에 줄을 설 경우, 향후 대권가도에서 자신의 주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외치기 전까지만 해도, “입당과 창당 등 빠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릴 것”이라면서 개헌 논의를 위한 정당·정파 대표 협의체를 제안했을 때, 나경원 의원은 나름대로 반기문 전 총장을 돕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는 측근조차 몰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나경원 의원 역시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 이후 반문재인을 외치는 사람들이 모두 나경원 의원처럼 자신을 대선 후보로 세운 뒤 자신을 도울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며 “사실상 보수세력들은 반기문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보수결집을 위해 반기문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경원 의원은 현재 반기문 불출마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의 출마 도우미를 자처하던 나경원 의원의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림에 따라 기자들의 질문이 의원실에 잇따르고 있지만 침묵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모양새는 더욱 난처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당내에서 강도 높게 비판했던 그가 만약 당에 남아 ‘또 다른 부역자’로 평가를 받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지하게 된다면 철새 중의 철새가 되고, 비열한 정치의 진수를 보여주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당을 뒤늦게 떠나 바른정당으로 집을 옮기는 건, 나경원 정치인생에서 가장 큰 수모를 겪게 되는 일이다.

물론 ‘명분’은 있다. “반기문을 돕기 위해 새누리당에 남는다”고 했었으니, “반기문이 사라진 이상 새누리당에 있을 이유는 없다” 정도로,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문장은 어떻게든 만들어내면 그걸로 끝이다. 그게 나경원 스타일인 것이다.

나경원 사진 = 트루스토리 DB / 출처 = 새누리당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