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여고생이 저수지에 투신해 사망하자 ‘부당 노동행위’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6일 지난달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생 A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라며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회사의 부당 노동행위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LB휴넷(대표이사 구본완)은 LG그룹 창업자의 손자가 대표로 있는 LG그룹의 방계회사로, 이 업체에서는 2014년 10월에도 한 노동자가 실적압박과 감정노동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며 “회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명을 달리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우리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A양이 LB휴넷에서 어떠한 업무를 담당했었는지, 부당한 노동조건은 없었는지, 그래서 죽음에 억울한 점은 없었는지를 살피기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그 결과 드러나고 있는 진실은 참담하다”고 밝혔다.

노총에 따르면 A양은 고객센터 내에서도 가장 인격적 모독을 많이 당하는 SAVE팀, 소위 ‘해지방어’ 부서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가 근무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당시 유서에는 고객센터가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퇴직하는 노동자의 인센티브를 착복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이익을 챙기고, 영업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시키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그는 회사가 “거대한 사기꾼 같다”며 자신의 유서를 고용노동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해달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LB휴넷의 노동조건은 바뀌었을까. 민주노총은 “증거와 증언들을 통해 이 회사의 노동조건이 3년 전과 대동소이하다고 보고 있다”고 개탄했다.

노총에 따르면 A양은 목숨을 끊기 전 주변 친구들에게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해지방어부서에서 일했던 노동자는 “이곳은 사람이 일할 곳이 아니다”라고 증언한다. 특성화고 학생을 현장실습 목적과 관련이 없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부서에 배치한 것은 그 학생을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한 비인간적인 행태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양이 LB휴넷과 체결한 실제 근로계약서는 현장실습협약서에 비해 월 27~45만 원 가량 임금이 낮고 근로시간도 길다.

협약서, 근로계약서, 실제 노동조건, 이 셋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표준현장실습협약서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생의 노동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법적으로 작성이 강제돼 있다.

하지만 A양의 현장실습협약서는 유명무실했다. 현장실습 학생의 노동권이 취약한 현실을 악용해 현장실습계약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을 고려할 때, A양의 근로계약서 내용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A양의 죽음이 업무와 관련되어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지만, 정작 이 문제에 책임 있게 나서야할 관계기관들은 진상을 파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A양의 실제 근무조건이 어떠했는지 조사하는 것은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며 “전라북도 교육청, 노동부, 경찰 등 관계기관은 A양의 실제 근무조건이 현장실습계약과 일치했는지, 달랐다면 무엇이 달랐고 왜 달랐는지 지금 즉시 파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그리고 이 업체는 해마다 10명 내외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며 “이들도 비인격적인 노동현장을 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회적 관심과 대응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노총 관계자는 “한 업체에서 3년 사이에 두 명의 노동자가 자살했다. 우리는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A양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며 “진상 파악 결과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사 측은 민주노총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과도한 노동설을 일축했다.

한편 이 회사의 SAVE팀에는 당초 십 수명의 특성화고 학생이 근무했지만, 현재는 단 2명만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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