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키스 하다가 죽을지도 몰라.”

구석구석 곰팡이로 얼룩진 2평 남짓 지하 단칸방에서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으며 생활한지 200여일 째.

김(25·여)모씨는 결국 경찰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했다. “신고하면 너도 성매매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업주 박모(55)씨의 경고가 두렵긴 했지만 지옥같은 삶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어 차라리 해방을 선택했다.

지난 7월초 김씨는 박씨가 잠깐 외근을 한 사이에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경찰에 자신이 일하고 있는 업소를 신고했다. 김씨는 그렇게 악의 수렁텅이에서 벗어났다.

울산에서 태어난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찢어진 가난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청소년 시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생활해야 했다. 술을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의 손찌검으로부터도 자유를 갈망했다.

하지만 나이 어린 그녀를 받아주는 정직한 직장은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부산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이 곳에서도 그녀가 둥지를 잡을 만한 마땅한 직장은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오로지 ‘성매매’와 관련된 업소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목돈이 필요했던 까닭에 유흥업소로 취직을 결심했다. 대신 대딸방이나 안마방에서는 절대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했다. 대신 유사 성행위 업소이지만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키스방을 찾았다.

“키스만 잘해도 목돈을 벌 수가 있다. 힘들어도 그냥 눈 찔끔 감고 키스만 하면 된다. 그러면 월 300 이상은 가능하다.”

박씨는 김씨에게 그럴 듯한 말로 취업을 유도했다. 말로만 듣던 ‘키스 영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지만 은밀한 부분을 만지지도, 보지도 않아도 된다는 점에 솔깃했다.

김씨는 올초부터 키스방에 출근했다. 부산 유명 시내권에 위치한 이 키스방은 그러나 다른 키스방과 달리 지하에 자리 잡았다. 다른 키스방은 2층과 3층에서 당당히 영업을 했지만 김씨가 일한 곳은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 단칸방이었다.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의 싸늘한 시선 때문”이라는 사장의 말에 김씨는 ‘그런가보다’라고 그냥 큰 의심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키스만 해도 된다는 박씨의 말은 거짓말 그 자체였다. 박씨는 김씨를 지하 단칸방에 가둬 놓고 성매매를 강요했다. 김씨는 울면서 ‘살려달라’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박씨는 “이미 성매매를 했다”면서 죄인 취급을 했다. “같이 감방에 가자”며 오히려 성을 냈다. 아무도 없을 때는 구타 및 가혹행위까지 서슴치 않았다. 폭력 행사가 두려웠던 김씨는 결국 성매매를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악몽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무려 15시간 이상을 성매매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한 타임에 약 30분에서 40분 정도로 계산할 때 하루에 그녀가 받은 손님은 10명 이상이었다.

경찰에 자수를 할 때까지 그녀가 상대한 남성들의 수는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그녀가 올초부터 지금까지 쉬었던 날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생리를 하던 날도 그녀는 낯선 남자들과 그 짓을 해야 했다.

김씨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성병은 기본이고, 밥을 제때 먹지 못하고, 잠을 제때 자지 못했던 까닭에 온갖 질병이 그녀를 덮쳤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과 같은 정신적인 질병도 그녀를 괴롭혔다.

경찰은 “구조 당시 김씨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진술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김씨를 성매매 피해자 지원센터에 인계한 뒤 장기간 안정을 취한 후에야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업소 이미지.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