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창문을 열 수 없게 됐다. 비단 어버이날인 오늘 뿐일까. 최악의 황사가 연일 한반도를 괴롭히고 있다. 헤아려보니 황사와 미세먼지로 허우적 거린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고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자신을 뽑아만 주면 당장 중국과 뭔가 대화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드 문제로 한국에 불쾌감을 갖고 있는 중국이 한국의 손을 들어주며 ‘한국을 위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미세먼지와 황사와 싸워야 하는 투쟁적 삶에 매몰되고 있다.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수시로 생긴다. 건강 염려증이 심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며 기지개를 켜는 게 일상이었지만 이젠 창밖에 펼쳐지는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구는 게 일상이 됐다.

과거엔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삶과의 투쟁을 전개했지만, 이제는 일단 호흡부터 고민해야 하는 그런 후진국형 고민에 매몰돼 있다. 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주말에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산책을 하고, 여행을 하고 싶고, 하루에 두 번 정도 집안을 환기시키고 싶지만 이 모든 게 ‘불가능한’ 현실이 됐다.

아이들은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고 있고, 매일 매일 호흡기 질환으로 기침을 하고 있는 까닭에 병원에 언제 가야할지 고민이 고민을 낳는 세월을 살게 됐다. 유치원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학교나 유치원에서 미세먼지를 마시며 수업을 듣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이민을 떠나고 싶은 바람만 간절할 뿐이다.

날이 더워지고 있다. 서민들은 더운 여름, 에어컨을 쉽게 틀 수 없어 창문을 열어두며 가끔씩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으로 무더운 여름을 극복해야 하지만, 이젠 창문을 열어두면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나라가 엉망이 됐다. 언제부터 우리는 중국발 미세먼지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일까. 우린 언제부터인가 숨이라도 편하게 쉬고 싶다고 하소연을 쏟아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마스크를 쓰면서 살아야만 했을까.

지긋지긋하다. 과거 SF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마스크없이는 외출조차 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중국을 재앙덩어리라고 규탄하기엔, 이미 사태는 심각해졌고, 해법찾기는 요원해졌다. 창문을 모두 닫고 공기청정기를 풀 가동해도 미세먼지를 방으로 침투하고 있다. 청소를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악몽에 시달릴 정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이젠 공기도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일까.

그나저나 내일은 또 어떻게 외출을 해야 할까. 대선이 내일이다. 유권자들은 미세먼지를 마시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분명한 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미세먼지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고, 차기 대통령도 이제 첫 발을 내딛게 된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과연 총체적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바보 같은 언론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에 대해 “외출하지 말고, 외출하고 싶다면 마스크를 끼고, 집 안에서 기름 요리하지 말고, 공기청정기 돌리라는 것”만 교과서처럼 반복하고 있다. 누가 이걸 몰라서 미세먼지와 연일 사투를 벌일까. 집에 있어도 흙먼지 냄새를 맡고 싶지 않은 국민적 바람을 차기 대통령은 과연 전사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을까.

▲ 사진 = 트루스토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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