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박인학 기자 =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구중궁궐에서 혼밥을 먹으며, 아이들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나몰라라 했던, 그저 무심하게 티브이를 보던, 주변과 소통을 차단하고 비선실세와 대화를 나누며 피부 관리에 주력했던 그런 대통령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는 마침내 ‘진짜’ 일하는 대통령을 마주하게 됐다. 국회를 찾아도 오직 주변조차 돌아보지 않고, 심지어 세월호의 외침조차 무시하며 마이웨이를 선택했던 박근혜와 다른, 그런 격의조차 없는 탈권위적 행보도 박수를 보낼 사안이지만, 정상외교 공백에 마침표를 찍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도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

왕실장 대신 영실장을 선택했고, 탕평책을 발휘하며 단 하루 만에 휘몰아치게 일을 하고 있다. 한미 정상은 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박근혜와는 정말 비교가 될 정도로 업무에 올인하고 있고 나라가 나라다운 느낌을 주고 있다. 어쩌면 이건 당연한 일이고, 상식이고, 놀랄 일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인데, 국민이 느끼는 체감도는 사뭇 다르다.

대통령이 있어도 ‘공석 상태’였던 그런 비참한 느낌. 그러나 전날부터 국민은 달라졌고 국민의 위상도 달라졌다. 언제부터인가 멈추어있던 나라가 돌아가는 느낌을 받으며 국민도 ‘일할 맛이 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수인번호 503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알고 있을까.

청와대가 일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뭔가 폭발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게 바로 정부라는 주변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단 하루 만에 달라진 현 주소다.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김정일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는 허섭스레기 논리에 박수갈채를 보낸 사람들은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비아냥을 보내고 있지만, 그들은 왜 타임지에서 협상가라는 호칭을 문재인 후보에게 붙였는지조차 모르는 그런 삶을 스스로 선택했을 뿐이다.

한국을 무시하며 사드의 주도권을 잡으려던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했다. 당선된 지 불과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요청했다. 그만큼 한국 국민의 저력이 무섭다는 걸 알게 된 것이고, 자신의 위치와 역량이 불안하다는 걸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사드 협상에서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

그런 트럼프는 감히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도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한화로 약 1조1000억원)를 한국에서 부담하도록 지시를 내릴 수 있을까. 아마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면 ‘알았다’고 답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국격은 현격히 달라졌고, 사드 도입에 ‘올인’했던 황교안 국무총리의 가벼움과 달리 묵직함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발산되면서 우리는 또 다른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는 협상가이다. 미국 역시 합리적이다. 안정감과 안도감이 드는 이유다. 4년 동안 부끄러웠던 게 단 하루 만에 회복됐다. 사이비 신천지 나라에서, 대한민국으로 되돌아왔다. 최순실 우병우의 나라에서 대한민국의 나라로 되돌아왔다. 트럼프 태세전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외교를 국민 앞에 선보일까. 국민의 바람은 한 가지다. 수직적인 한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한미 관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정황상, 트럼프 대통령도 CIA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을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거듭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대통령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빠릿빠릿한 대통령이 등장했다. 길을 비켜라.

사진제공 = 민주당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