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보도로 ‘대통령-민주노총’ 갈등구도 부각한 조선…민언련 모니터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조선일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인천공항 비정규직 간의 간담회 현장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묘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뜨겁다.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민언련)에 따르면 지난 16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갈등구조를 의도적으로 부각한 보도를 내놓았다. 심지어 실제 기사에 등장하는 민주노총 인천공항 지부장인 박대성씨에 따르면 기사 속 ‘익명의 조선일보 취재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기까지 했다.

민언련은 최근 발표한 언론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조선일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행보와 관련해 아주 ‘의심스러운’ 보도를 내놓았다”고 일갈했다.

 

문제의 기사는 <문 대통령, ‘정규직 전환+α’ 달라는 민노총에 일침>(5/16 최종석 기자)인데요. 제목부터 기사 본문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갈등구조를 의도적으로 부각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언련은 “해당 보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약속과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실행 방안 검토에 나섰다는 사실을 전달하며 시작된다”라며 “그러나 이 초기 두 단락을 제외한 기사의 나머지 구절은 모두 12일 열린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간담회에서의 ‘풍경’을 전달하고 있다. 당일 현장에 대한 조선일보의 평가는 ‘문 대통령이 생각보다 노조(노동계)에 휘둘릴 것 같지 않다’는 것과 ‘마냥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민주노총 인천공항 지부장인 박대성씨가 ‘불쑥’ ‘강한 어조로’ 정규직 전환 논의 테이블 마련을 요청했다고 전한 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나름의 답변을 내놓은 뒤 ‘노동자들께서도 한꺼번에 다 이렇게 받아내려고 하진 마십시오’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보도했다”라며 “그리고는 바로 그 뒤에 익명의 ‘당시 현장을 지켜본 정부 관계자’가 ‘노조 요구를 한없이 받아줄 줄 알았는데 선을 긋고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대통령이 노조도 좀 욕심을 버리라고 훈계하는 분위기였다’고 평했음을 덧붙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정말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갈등구도였을까. 즉 조선일보가 취재한 익명의 취재원의 주장대로 현장은 정말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훈계 하는 분위기’였을까?

민언련이 조선일보 기사 속에 등장한 민주노총 인천공항 지부장인 박대성씨에게 직접 문의한 결과는 좀 달랐다.

박 지부장에 따르면 당시 문 대통령은 자신의 질문에 대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먼저 화답한 뒤' “노동자들께서도 한 번에 다 받아내려고 하진 마시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해 나가자”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현장 노동자들은 이를 ‘일침’이나 ‘훈계’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를 문제 삼거나 반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도 않았다. 현장 녹취록을 들어봐도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 뒤엔 곧바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조선일보가 취재한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대체 누구이고, 무슨 현장을 보았기에 그 상황에 대해 ‘훈계’라는 해석을 내놓은 것일까.

조선일보 취재원의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은 또 있다. 해당 기사에서 최종석 기자는 “이날 이후 인천공항 안팎에선 민주노총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문 대통령이 전격 방문해 힘을 실어준 것은 고맙지만 생각지 못한 쪽으로 일이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대 비정규직 사업장인 인천공항에 공을 들여온 민주노총 입장에선 조합원 이탈도 예상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민언련이 실제 민주노총에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인천공항 방문 이후 각 지회에 가입자와 가입 관련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에 직접 물어보면 바로 이런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 조선일보는 왜 사실과 다른 비관적 전망만을 덧붙여 놓았을까.

심지어 해당 기사는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이후엔 노동계에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정규직에 대한 강한 고용 보호를 양보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보호만 높여 달라고 한다면 해결의 길이 나오지 않는다”는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민언련은 “기사 전반적으로 대통령과 노동자, 노조 간의 갈등 구조를 부각해 상호 신뢰를 무너뜨리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귀족 노조들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는 식의 노동개혁에 착수할 것을 종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라며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그야말로 조선일보다운 기사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글 도움말 =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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