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세월호 부모 모습 보며 눈물 닦아...자식 잃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알 수 없는 고통”
세월호 참사 직후 ‘중앙선데이’에 기고한 칼럼 회자

[트루스토리] 천호영 기자 =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동연(60) 후보자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이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김동연 후보자는 2014년 5월 4일치 ‘중앙선데이-김동연의 시대공감’에서 2013년 백혈병으로 잃어버린 큰아들을 떠올리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글에서 “혜화역 2번 출구는 늘 설레는 마음으로 걸었던 길이다. 꽤나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 대학로 소극장에서의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러가는 길목이어서였다. ‘지하철 1호선’이나 ‘라이어’ 시리즈 무대도 이 길을 따라 찾곤 했다”라며 “같은 혜화역에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년 반 전, 갑자기 힘든 병을 얻은 큰애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였다. 병원 가는 길인 혜화역 3번 출구는 가슴 찢는 고통을 안고 걷는 길이 돼 버렸다. 서로 마주 보는 두 길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탄식이 나오곤 했다”고 서술했다.

김동연 후보자는 이어 “가끔 했던 강연에서 젊은이들을 꽃에 비유하곤 했는데 정말 꽃 같은 학생들이 세월호 사고로 희생됐다.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의 모습을 TV로 보면서 남 몰래 눈물을 닦았다”라며 “아내는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을 정도였다. 떠난 자식에 대한 애절한 마음과 간절한 그리움을 누가 알까. 자식을 잃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알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또 “죽을 것 같은 그리움도 세월 앞에는 먹빛처럼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아주 드물게는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라며 “반년 전 스물여덟 나이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린 큰애는 지금도 씩 웃으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곤 한다. 어린이날을 생일로 둬서 이맘때는 더욱 그렇다”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대신했다.

그는 이어 “옆에서 많이들 그런다.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것이라고. 일에 몰두해 잊어보라고. 고마운 위로의 말이긴 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라며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자식 대신 나를 가게 해달라고 울부짖어 보지 않은 사람, 자식 따라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아픔이란 것을”이라며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냈던 일부 사람들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다.

김동연 후보자는 특히 “떠나보낸 뒤에도 그 아픔을 매일 ‘똑같이’ 느끼는 것이 힘들었다. 아픔을 잘 견디고 있는 ‘척’을 해야 할 때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생각의 서랍장’을 만들려 해봤다. 그 장(欌)의 칸을 막아 그리움, 사랑, 분노, 안타까움, 미안함, 애틋함과 같은 감정의 끝단이 들어갈 서랍을 따로 만드는 것”이라며 “그리고 너무 아파 견디기 힘들 때 그 일부를 잘라 서랍에 보관해 두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애절함의 더욱 절실한 표현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기술했다.

나아가 “그래도 해결이 안 되는 아픔은 언젠가 서랍에 꼭꼭 넣어 두었던 감정의 모서리까지 모두 꺼내 훌훌 털어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훗날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는 소망이 이루어졌을 때다. 그런 해원(解寃)이 있을 때야 서로 부르는 소리가 비껴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서랍장을 만드는 데 힘이 된 것은 주위의 위로였다. 큰애를 보낼 때 얼굴을 무너뜨리고 눈물을 흘렸던 반백의 중년은 큰애 돌 잔치 때 왔던 40년 넘은 친구였다. 어린애처럼 엉엉 울던 덩치가 산(山)만 한 청년은 외국에서 일부러 귀국한 큰애의 친구였다”라며 “노구(老軀)를 지팡이에 의지해 운구차를 지켜보던 분은 큰애가 대학원 갈 때 추천서를 써주셨던 여든이 넘은 옛 상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로 많이 아프다. 어른이라 미안하고 공직자라 더 죄스럽다. 2년여 투병을 하다 떠난 큰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데, 한순간 사고로 자식을 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하니 더 아프다”라며 “사고 수습 과정에서 그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그분들 입장에서 더 필요한 것을 헤아려는 봤는지 반성하게 된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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