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생존을 위해 여전히 오리발 내밀다...박근혜 재판에서 박근혜 엿보기

[트루스토리]  박근혜 재판이 3시간 만에 종료됐다. 503호의 재판이기도 하다. 강력한 처벌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의지가 느껴지는 재판이기도 하다.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대통령 자리에서 쫓아냈느냐는 반발적, 저항적 심리다. 자신이 왜 수감됐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새삼스럽지 않은 명제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재판인 것은 이 때문이다.

박근혜는 당대의 현실과 지난날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국정농단’은 그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편차’일 뿐, 자신은 여전히 ‘시녀’ 최순실과 국가발전을 위해 ‘선의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믿고 있다. 살아온 환경이 ‘공주스럽다’고 하더라도, 범죄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면 인정이라도 해야 할텐데, 여전히 고집을 부리고 있다. 박근혜 재판이 앞으로 치열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핵심은 이 재판을 통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갈 수 있느냐 여부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나라가 순식간에 바뀌진 않는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라는 독재자가 철저히 국민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자신의 생존을 고집하고 있다면, 이 또한 대한민국의 절망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에 대해선 ‘나몰라라’ 했던 인물이, 자신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해선 필사적으로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증거를 없애는 등 발버둥을 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이 죽어갈 때도 ‘올림머리’를 고집했던 박근혜는, 오늘도 첫 재판을 나올 때 ‘올림머리’를 고집했다. 국민에 대한 애착, 민중에 대한 애착, 대중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생존에 대한 간절한 애착을 보이는 예이다.

그리고 그런 박근혜를 여전히 지지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또 그런 박근혜가 존재했던 당을 지지하고, 또 그런 박근혜가 등장할 때 ‘기립’하고 고개를 숙이며 철저하게 변호하는 인물들이 대한민국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라는 ‘오래된’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어울릴지 모르겠다.

박근혜라는 인물의 속이 영 거북할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으로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주변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일거일동을 지켜보며 스스로 감탄했겠지만,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야만적인 정치적 폭력’이라고 믿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이 집권하던 지난 4년 저질렀던 ‘야만적인 정치적 폭력’은 로맨스이고, 자신을 구속시킨 ‘촛불의 힘’은 불륜이라고 믿고 있는 그림이다.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며 ‘국민 앞에 반성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게 아니라, 왜 내가 청와대에 있지 않고 ‘말도 안되는’ 재판을 받으며 세계적 망신을 당해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재판은 그래서 그와 그들의 주변부에겐 하나부터 열까지 모순이다. 박근혜 측이 “상상 기소”라는 기괴한 논리를 접목시키는 건 ‘법리학적’ 접근이 아니라 ‘소설적’ 접근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랬다. 그들은 늘 상상을 하면서 국가를 통치했다.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상상, 좌파에 대한 상상, 종북세력들에 대한 상상,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상상,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상상. 그런 상상이 박근혜 재판의 시작을 ‘헛발질’로 만들고 있다.

솔직히 웃긴다. 상상은 누가 하고 있는 것일까. 통합진보당을 박살낼 때 검찰의 주장은 ‘팩트’이고 자신을 기소한 검찰의 주장은 ‘상상’이라는 논리는 어디서 배운 ‘허섭스레기’ 논법일까. 그런가보다. 세월호 참사도 여전히 그에겐 상상의 사고이고, 최경락 경위의 죽임도 상상의 죽음일 뿐인가보다. 현실과 상상조차 구분하지 못한 리더를 우리는 지난 4년간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검찰이 상상을 해서 박근혜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는 유아적 논리.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사람의 탈을 쓴 악마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런 박근혜의 재판에 대해 경고장을 연일 보내는 자유한국당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세상은 완벽하게 바뀌지 않았다. 그들은 늘 ‘보복’을 위해 문재인 죽이기에 나설 것이고, 호시탐탐 문재인을 끌어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황페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아야 한다.

이 때문에 촛불은 언제든 스탠바이를 하고 있어야 한다. 물리적 고문만 고문이 아니다. 수구우익들은 늘 ‘선입견’에 함몰돼 문재인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고문하며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일부 언론들도 동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언론들의 기괴한 말장난에 국민은 결코 속아선 안 된다. 이미 박근혜 재판에서도 본질은 쏙 빼고, ‘물타기’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쉽사리 우리의 삶의 터전을 황폐화시킨 권력집단이 바로 박근혜 권력과 이에 동조한 언론권력임을 깨닫고, 늘 감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국정농단 세력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 우리는 박근혜, 김기춘, 우병우 등 부패세력들일 만들어 놓은 온갖 쇠망치소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봉석 편집국장 겸 선임기자

 

박근혜 재판 이미지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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