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하고 기괴한 이규철 특검보, 우리는 그를 잠시 ‘영웅’이라고 믿었다

 

[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이규철 특검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틀 연속 뜨겁다. 그리고 ‘이규철 특검보’가 이슈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다가오는 씁쓸함은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묘함 그 자체다.

국민의 정서는 ‘이규철 특검보’에 대해 꽤나 긍정적으로, 그의 이름 석자를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그가 걸어 다니는 자세도 이슈가 됐고, 그가 입고 있는 옷도 이슈가 됐고, 그가 착용한 안경도 이슈가 됐다. 그의 목소리 또한 지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만큼,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런 그가 앞으로도 본업으로 돌아간 뒤에도 일정부분 ‘정의롭게’ ‘사회의 약자의 편에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믿고 또 믿어왔다.

하지만 이규철 특검보는 혹자의 표현대로 ‘미개한’ 서민대중의 삶과는 180도 달랐다. 본인이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기업을 변호하는 현실. 이규철 특검보는 왜 신동주의 손을 들어줬을까. 물론 신동주의 횡령혐의는 국정농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동주 역시 롯데의 집안사람이고, 롯데 역시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 혐의가 의심이 되는 상황인데, 이규철 특검보는 어떤 이유로 롯데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까.

수임료에 따라 움직이는 게 변호사라고 반박하고, 자신의 주업무는 변호사이고, 그래서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다고 반박한다면 뭐라고 변명할 명분이 없지만, 그래도 ‘미개한’ 국민의 정서는 ‘당신이 거기에 가 있으면 안된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개한’ 국민은 지난 탄핵 정국에서 이규철 특검보가 마치 ‘인권 변호사’ 정도 되는 것처럼 착각을 했었고, 그는 ‘돈의 힘’과 전혀 관계없는 ‘정의로운’ 법조인으로 착각을 했었고, 그래서 ‘진보적인’ 인물이라고 판단을 했었고,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롯데그룹의 여러 의혹을 조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특검보로 3개월 간 특검의 수사상황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그저 ‘전달하는 정도의’ 인물이었다. 이규철 특검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충실하게 브리핑을 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 상식에서 접근한다면, 신격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규철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영입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거절했어야’ 옳았다. “개인 횡령 부분만 변론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

국민은 신동주, 신동빈 형제가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이규철 특검보 또한 이번 사건 수임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상당수 언론들도 이미 “특검 수사과정에서 입수한 롯데 내부 정보를 변호에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당시 취득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특검법 위반’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나 이규철 특검보는 롯데와 손을 잡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사전 조율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론은 이미 났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인 이규철 특검보는 그저 ‘코트 특검’이었고 ‘명품 특검’이었던 셈이다. 일련의 행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쓸쓸함의 정서 그 자체다.

그가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다. 뭉클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뭉클함 조차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정의롭게’ 서 있었던, 정치인, 또는 법조인이 모두 ‘옳은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으로 갔던 ‘철새’ 정치인들이 생존을 위해 다시 자유한국당을 찾는 것처럼, 우리는 이규철 특검보의 발걸음에도 몸 한쪽이 기우뚱해짐을 오늘도 느낀다. 

이규철 특검보 이미지 = 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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