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공개한 98개의 문건은 법원이 청와대의 하부기관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들로 가득했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거래’ 차원으로 보기엔 내용의 심각성이 상식을 벗어났으며,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검찰 장악을 넘어 사법부 장악에 사법부가 적극 협력한 것이 의심될만한 대목이 너무나도 많다.

법원행정처가 로펌인 마냥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에 대해 법리검토를 비롯한 재판 결과에 따른 박근혜 정권에 미칠 영향까지도 분석한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까지 전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이런 정황에 대해 ‘문건과 재판의 결과,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가 아무 연관이 없다’라고 생각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양 대법원장의 면담 직후 작성된 ‘VIP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 추진전략’에서는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및 체포 전치주의 도입’과 함께 ‘영장항고제 도입’ 등이 빅딜 카드로 적시되어 있다. 유신시절 긴급조치 9호의 핵심 내용인 영장 없는 체포·구금까지도 수용가능하다는 문건이 작성됐다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사법역사상 최악이자 치욕으로 기록될 유신시절로 회귀하는 것을 사법부가 스스로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입장표명 당시,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문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문건은 사법부 스스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 내용의 문건을 ‘윗선’의 지시 없이는 만들 수는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모르쇠’와 ‘부인’으로 일관한다고 해서 진실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공개된 문건의 내용을 감안하면, 공개되지 않는 문건의 내용의 심각성은 이루 짐작이 된다.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법원이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정의의 최후의 보루’가 되기 위해선 공개되지 않는 문건을 공개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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