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동호 부장]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지난해 총수 일가의 ‘갑질’ 파문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한진그룹이 새해 벽두부터 위기에 몰리는 형국이다.

우선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작년 한진칼에 이어 3일 핵심 계열사인 한진의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참여는 물론 지배구조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연합전선 형성 가능성까지 열어 놓으면서 한진그룹을 궁지로 모는 형국이다.

KCGI는 이날 한진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한진의 지분을 8%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칼에 이어 한진의 2대 주주 오른 것이다. 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 지분율, 6.8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KCGI는 이번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등 회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한 사항"이라고 공시했다.

앞서 KCGI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0.81%를 취득했다.

당시 KCGI는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진칼이 단기 차입금을 1600억원 늘리기로 결정하자 "감사선임을 저지하려는 조치"라며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오는 3월 주주총회 전, 한진 측에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 관련 요구를 전달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또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즉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을 앞장서서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한진그룹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소액주주 운동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출신 인사가 1인 1주 보유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기존 소액주주 일부는 한진그룹이 주식 대차(빌림)를 통해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진가 세 모녀가 고가명품 밀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여론도 한진 측에는 더 불리해지고 있다.

때문에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과 소액주주운동을 벌이는 주주들이 KCGI의 손을 들어줄 경우, 주총에서 조 회장 일가의 입지는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총수 일가의 엇나간 일탈이 잘 나가던 굴지의 대기업의 지배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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