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같은 최대호황 아니지만 '숨고르기' 국면...2020년엔 다시 '업턴'

▲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올해 반도체 경기가 급격하게 꺾일 것이라는 위기론은 지나친 기우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10년 전 삼성전자가 겪었던 ‘반도체 적자’가 재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당분간 연간 수십조 원의 영업이익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됐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로 ‘반도체 고점론’ 나오면서 사이클상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면서 시장에 공포를 안겼었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IT전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총 4890억 달러(약 545조 원)로, 지난해(4770억 달러)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7년과 지난해 각각 21.6%와 13.4%로, 2년 연속 두자릿 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둔화한 수치지만 시장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올해만 잘 넘기면 내년에는 시장 매출이 5280만 달러로, 올해보다 8.1%나 급증하면서 다시 ‘업턴(상승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보고서는 이어 오는 2021년에는 마니너스 1.8%, 2022년 증가율은 3.8%에 그치며 성장세가 다시 주춤하겠지만 2017~2022년 연평균 성장률은 5.1%로, 이전 5년간(2011∼2016년 2.6%)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봣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VLSI리서치도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보다는 1% 줄어들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7%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의 밥 존슨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시장이 다소 불안하겠지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D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의 ‘과점구조’이기 때문에 서버·스마트폰 생산업체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며 “이울러 자동차와 스토리지용 수요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도 긍정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밑돌며 최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지 못했으나 올해도 25조~30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5G, 자율주행 등에서 새로운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난 2008~2009년의 ‘반도체 실적 악몽’을 다시 겪을 가능성은 없다는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에 전세계 D램·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 등으로 인해 반도체 사업에서 각각 6900억 원과 67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다만 중국 경쟁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대대적 투자에 들어간 메모리 반도체가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양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잠식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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