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하응백이 인문학적 관점에서 여러 국악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나갑니다. 

▲ 국립국악원이 경복궁에서 재현한 새종대왕 회례연.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우리 민요 중에 발림을 섞어가며 서서 부르는 노래를 입창(立唱)이라 한다. 입창의 반대 개념은 좌창(坐唱)이다. 좌창에는 경기좌창, 서도좌창 등이 있으며 입창의 대표적인 노래가 바로 <놀량>이다. <놀량>은 산타령이라고도 부른다.

국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국악을 정의하라면 상당히 힘들어 한다. “판소리 같은 거 아니예요?”라고 답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맞다. 틀린 말이 아니다. 조금 거창하게 설명하면 국악은 우리 민족이 우리 땅에서 오래도록 향유했던 우리 민족 고유의 노래와 연주와 춤의 총칭이다.

무엇이든 분류해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국악은 성악, 기악, 춤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럼 ‘농악’은 뭐예요? 하고 물을 수 있다. 농악은 춤과 기악이 함께 하는 국악의 한 장르다. 영산회상과 같은 관현악 합주, 가야금이나 대금 산조 같은 악기 중심의 소리 표현이 기악이다. 태평무나 살풀이 같이 몸의 동작으로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 바로 춤이다. 물론 춤에는 기악(혹은 구음) 반주가 따른다.

국악에서 가장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의 목으로 소리를 내는 노래(성악)다. 성악(聲樂)은 정악, 민속악, 토속 민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구분이 애매한 성악도 있다. 정악(正樂) 성악은 문묘제례악이나 종묘제례악의 악장(樂章), 처용무나 낙양춘과 같은 궁중 무용의 창사(唱詞), 가곡, 가사, 시조 등이다.

민속악에는 경기소리, 남도소리, 서도소리 등의 민요가 여기에 해당한다.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함경도, 제주도의 민요도 민속악 성악이다. 이밖에도 회심곡과 같은 불가(佛歌), 비나리, 무가 등도 국악 성악에 해당한다.

토속민요도 있다. 어릴 때 할머니에게 들었던 자장가나, 베를 짤 때 부르는 민요는 토속민요에 해당한다. 민속악 중의 통속민요와 토속민요는 경계가 모호해서 토속민요가 통속민요가 되기도 한다. 통속민요란 전문 소리꾼이 불러, 비교적 대중화가 된 노래를 말한다. 경기민요로 말하자면 창부타령, 노랫가락 등을 말하고 서도민요로 말하자면 수심가나 난봉가 등을 말한다. 정선 아라리도 원래는 토속민요였지만, 전문소리꾼이 부르면서 통속민요화 된 노래다.

경기소리와 서도소리는 고려시대 이후 두 지역의 잦은 교류로 인해 세부 장르를 포함하는 그릇의 틀이 매우 유사하다. 이를 표로 보면 그 유사성이 확연해진다.

▲ [표1] 경기소리와 서도소리의 세부 장르 비교

경기소리와 서도소리를 표로 보면 상당한 유사성-상동성(相同性)을 가짐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중 서도소리를 대표하는 수심가는 좌창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관산융마는 시를 노래로 부른다는 의미의 시창(詩唱)이어서 좌창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남도소리가 민요와 잡가와 판소리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때 유독 경기소리와 서도소리는 그 유사성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때문에 경기소리와 서도소리를 합쳐 경·서도소리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것이다. 경·남도소리나 서·남도소리 혹은 남·경도소리나 남·서도소리가 없는 용어인 것을 보면 이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경기소리와 서도소리 중에 유난히 그 내용과 형식적 구조가 유사한 것이 바로 입창이다. 서도입창은 전통적인 명칭인 <놀량사거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경기입창은 산(山)의 경치를 노래하고 산을 유람하는 노래라 해서, 20세기 들어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내어 <경기산타령>이라 부른다. 이 둘은 노랫말의 내용과 곡조의 흐름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한편으로 다른 부분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 둘은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내려온 것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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