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선상낚시의 주 대상어, 우럭과 광어.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바다낚시의 매력 중의 하나가 민물낚시에 비해 어종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견지낚시부터 시작했다. 전통 민물낚시인 견지낚시에서 잡히는 어종은 피라미, 갈겨니, 누치, 끄리, 꺽지, 어름치, 모래무지 등인데 대개 누치와 피라미가 많이 잡힌다. 하지만 선상바다낚시의 대상 어종은 훨씬 다양하다.

낚시군이 아닌 사람들은 겨울에 낚시간다고 하면 “이 추운 겨울에 잡히는 물고기가 있어요?”하고 묻는다. 있다. 있을 뿐 아니라 많다.

한국에서 선상낚시로 잡을 수 있는 어종은 바다와 계절에 따라 우럭, 노래미, 대구, 삼식이, 열기(불볼락), 황열기, 볼락, 황해볼락, 참돔, 민어, 백조기(보구치), 부세조기, 복어, 갈치, 고등어, 방어, 부시리, 삼치, 참가자미, 노랑가자미, 어구가자미(용가자미), 광어, 도다리(문치가자미), 횟대, 보리멸, 주꾸미, 갑오징어, 오징어(화살촉 오징어), 한치오징어, 무니오징어, 문어, 양태(장대), 망둥이, 전어, 바다송어, 임연수어, 매퉁이, 달고기, 붉은쏨뱅이, 능성어, 벤자리, 옥돔, 잿방어, 군평선이, 가다랑어, 줄삼치, 자바리, 만새기, 어름돔, 용치놀래기, 학꽁치, 붕장어, 자리돔, 방어, 연어병치(흑돔), 성대 등이다.

이 어종들은 필자가 30년 가까이 바다낚시를 하면서 다 잡아본 어종들이다. 심지어 2019년 1월 초 남해 사수도 부근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우각바리’라는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우각바리, 전장 15cm 정도, 필자가 2019년 1월 19일 남해 사수도 수심 40m 정도에서 낚음.[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우각바리, 전장 15cm 정도, 필자가 2019년 1월 19일 남해 사수도 수심 40m 정도에서 낚음.[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이 어종들은 대부분 회로 먹을 수 있으며, 구이, 탕으로도 훌륭하다. 이 중에 “어느 고기가 제일 맛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한 마디로 대답하기 참 어렵다. 계절에 따라 맛이 다르고, 어떻게 고기를 보관하느냐에 다라 맛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필자가 여름 제주에서 갈치낚시를 하다가 온 몸이 시꺼먼 병치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를 잡은 적이 있다.

선장이 회로 먹으면 맛있다고 해서, 피를 빼고 잘 보관했다가 이튿날 회로 먹으니 절묘한 맛이었다. 이 연어병치란 녀석은 10월 말에서 11월 경 양양이나 속초에서도 가끔 잡힌다. 그 맛을 못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그 해 11월 초 양양 수산항의 한 선장으로부터 연어병치가 올라온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몇몇과 출조를 했다. 연어병치는 바닥에 서식하는 고기가 아니어서 수심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 현지에서는 깐 굴을 미끼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 녀석의 힘이 천하장사다. 같은 크기의 부시리나 방어보다 힘이 훨씬 좋다.

같이 간 친구는 전동릴과 우럭대를 거치시켜 놓았다가 연어병치가 끌고 들어가는 바람에 전동릴 한 세트를 연어병치에게 헌납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필자는 우럭대와 참돔 타이라바대 두 대를 사용했는데, 우럭대가 휘청거리는 가공의 손맛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니 참돔대로 잡았을 때의 손맛은 어떠했겠는가. 대여섯 마리를 잡아, 잘 갈무리해서 다음날 회로 먹었는데, 여름철 먹은 그 맛이 아니었다. 기름기가 너무 많아 느끼해서 회로 먹기에는 오히려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연어병치는 기름이 들 찬 여름철이 오히려 맛이 좋은 듯하다.

계절뿐만 아니라 회를 먹는 분위기도 맛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바다낚시로 잡는 대부분 거의 모든 어종은, 잘 보관하고 관리를 하면 대개 다 맛있다(고기의 보관과 먹는 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서술한다).

위에 열거한 많은 어종을 대상으로 출조했느냐 하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 주대상어가 있고, 나머지 상당 어종은 이른바 ‘손님 고기’로 올라온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출조하는 경우에 주대상어는 우럭, 광어, 주꾸미, 참돔, 민어, 농어, 볼락, 열기, 갈치, 가자미, 도다리, 대구, 황열기, 고등어, 삼치, 문어, 갑오징어 등이다. 이중 가장 인기가 있는 어종은 우럭이다. 우럭은 회와 탕, 구이 등으로 먹는 방법도 다양하고 손맛도 좋고, 개체수도 상당하기에 일찍부터 주요 낚시 대상어였다. 서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지만 남해와 동해에도 서식한다.

우럭낚시를 하다보면 쥐놀래미가 심심찮게 올라오며, 서해 특산종인 황해볼락도 가끔 잡힌다. 바위지대에서는 못생긴 삼식이도 가끔 잡힌다. 가끔은 광어가 올라와 선상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기도 한다.

여름철 서해에서 백조기 낚시를 할 때면, 황금색을 띤 부세조기나 장대(서해안에서는 ‘장대’라 부르고, 남해안에서는 ‘양태’라 부른다), 대가리는 뱀을 닮고 몸은 숭어를 닮은 매퉁이, 보리멸(제주에서는 ‘모살치’라 부른다) 등이 손님고기로 올라온다.

목포 등지에서 도다리 낚시를 하다보면 가끔 군평선이나 붕장어가 올라오고, 동해에서 가자미나 대구 낚시를 하다보면 바다 송어, 임연수어, 횟대 등이 올라오기도 한다.

남해에서 열기낚시를 하면 손님고기로 다양한 고기가 올라온다. 회나 탕 맛이 좋은 붉은쏨뱅이를 비롯해서 복어, 용치놀래기, 자리돔, 우럭, 자바리, 삼치 등이 잡히기도 한다. 제주에서 갈치낚시를 해도 역시 다양한 고기가 올라온다. 방어, 만새기, 가다랑어, 줄삼치, 삼치, 고등어, 달고기, 연어병치(흑돔) 등이 가끔 낚이는 것이다.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으로 인해 제주와 남해에서는 다양한 물고기가 잡히며 가끔은 아열대성 물고기도 심심찮게 잡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동·서·남해가 바다의 성격이 각각 다르고, 해류나 수온도 계절에 따라 각각 달라지기에, 수많은 어종이 서식하고 그 대상어도 다양하다. 수도권에서 본다면 어느 바다나 아무리 멀어도 대여섯 시간이면 출조지 항구에 도달할 수 있다. 한 겨울이라도 남해나 제주, 혹은 동해로 가면 얼마든지 바다선상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낚시꾼 입장에서는 이런 천혜의 바다 환경을 갖춘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은 큰 축복이다. 우즈베키스탄이나 헝가리나 몽골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큰 다행이다.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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