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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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어느 때부터인가 기자가 살고 있는 일산의 K아파트에서는 반려견이 짖는 소리는 자주 들려도 아기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울음소리는 고사하고 아파트 한 켠에 위치한 놀이터에서도 아이들 떠드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캐치 프레이즈가 무색할 정도로 이제는 아기를 안 낳는 세상이다.

1980년대만 해도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정관 수술을 받으면 오후 훈련을 면제해주고 일찍 귀가시켜줬다.

사람이 많다며 정부가 나서 산아 제한 정책을 펼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런데 불과 30년 만에 세상이 바뀐 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아이를 더 낳으라고 100조 이상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2018년 인구 동향 조사 출생사망 통계 잠정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98명, 지난 1970년 출생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971년 4.54명을 정점으로 1987년 1.53명, 1990년 초반 1.7명에서 다시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해 2017년에는 1.05명까지 떨어졌다.

보통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 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한국은 남녀 한 쌍이 결합해 채 한명의 아이도 안 낳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인구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통계청은 지난 2016년 장래 인구 추계에서 한국의 총인구 감소 시점을 2028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총인구 감소시점은 이보다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 같은 출산율 감소 현상이 젊은이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만혼의 일반화 영향으로 분석한다.

가임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도 32.8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으며 첫째 아이는 31.9세, 둘째는 33.6세, 셋째는 35.1세로 나타났다.

과연 정부 분석대로 만혼의 일반화가 출생률 감소의 이유 전부라면 다행이다.

그렇다면 조혼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테니까.

예를 들어 20대에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는 주택을 우선 공급하고 직장도 마련해주면 결혼연령이 지금보다 열 살 이상 낮아질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만혼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싶어도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과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라는 점이다.

여기에 젊은 세대들의 결혼과 일 등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까지 작동한 결과다.

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지 효과적인 처방전을 쓸 수 있다.

지금처럼 돈만 주면서 아기를 낳으라고 강요한들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생산연령층의 감소와 고령 인구의 증가 등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는 일자리를 비롯 복지 연금 교육 주택 등 주요 정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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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추세는 경제성장에도 분명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경제성장은 물론 지속가능한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그 어느 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 그래서 아이 울음 소리를 아무데서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를 낳으라고 돈을 뿌리는 것보다 아이를 낳았을 때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공보육 시스템을 구축해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를 법으로 확실하게 강제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 전혀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삶을 향상시키는 일만큼이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노사간의 고민과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지속가능 사회를 위해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노랫말로는 부족하다. ‘꽃만큼 사람도 많다’로 가사를 바꿔 부르는 때가 하루 빨리 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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