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이제 고마해라. 마이 들었다 아이가!

3.1절 100주년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 중 ‘빨갱이=친일잔재’ 규정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야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발언의 배경과 저의를 놓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철지난 빨갱이라는 말을 되살려내 오히려 색깔론을 부추기고 있다’거나 ‘무차별적 빨갱이 장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까지는 나쁘지 않지만 한발 더 나가 빨갱이 장사꾼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비약’ 등은 문제라는 것이다.

문대통령의 빨갱이=친일잔재 발언 이후 공산주의자나 북한 간첩 혹은 종북 세력을 빨갱이라고 했다간 졸지에 친일잔재 세력으로 내몰릴 판이다.

빨갱이 매도 만큼이나 친일세력 낙인 또한 우리사회에서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절대적 힘을 지닌다.

보수 정권에서 좌파 진보세력 혹은 정적을 뭉뚱그려 ‘빨갱이’라며 타도의 대상으로 적대시 했던 일부 극우 보수 진영의 억지 덧칠 씌우기에 대한 꾸짖음은 당연하다.

굳이 대통령이 나서 빨갱이 매도꾼들을 나무라지 않더라도 보편적 상식을 지닌 대다수 국민들은 좌우 진영의 색깔론과 삿대질에 식상해 있으며 만성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빨갱이의 어원은 ‘일제 강점기 때 항일무장유격대를 지칭한 ‘파르티잔(빨치산)’에서 나왔다는 설과, 구 소련의 국기 색깔이 빨간 데서 유래했다‘는 설 등 다양하다.

중국 국기도 붉은 바탕이고 공산 위성국가 대부분의 국기도 빨간색이 주조를 이뤘기 때문인지 독립 이후엔 빨갱이는 주로 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였다.

그런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 대통령이 빨갱이란 단어를 다섯 번이나 친일잔재와 연결시킨 배경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3.1절이 뭔지도 모르는 중학생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3.1 절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다시는 오욕의 시대를 되풀이 말자는 미래지향적 메시지가 더 절실할 때다.

이번 3.1절 경축사가 대통령의 역사적 인식과 이념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연설문을 작성한 측근들의 생각과 사상이 더 많이 반영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종 데스킹은 대통령이 봤을 테고 그러니까 대통령의 이념과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만약 일부 극우 보수 세력들이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거칠게 사용하는 빨갱이를 꺼낸 이유가 좌파 진보진영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면 구태 정치의 답습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현 정부의 일방적 김정은 사랑에 대해 비판적인 세력을 친일 잔재로 규정하고 ‘더 이 상 까불지 마라, 아니면 당신들은 친일잔재 세력으로 적폐대상이 될 것이다’라는 경고의 메시지라면 헛발질도 이만한 헛발질이 없다.

이념이나 색깔론으로 네편 내편을 가르는 과거 정치권의 구태는 ‘이제 고마 해라, 마이 들었다 아이가’.

당태종 이세민이 위징에게 물었다.

명군(明君)과 혼군(昏君)의 차이가 무엇이냐?

이에 위징은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이라 답했다.

‘두루 들으면 밝은 군주가 되고 한쪽만 믿으면 어리석은 군주가 된다.’

당태종은 자신에게 대놓고 직언을 서슴지 않는 위징(魏徵)이 늘 곱게 보일리 없었다.

위징은 태종이 가장 신임하면서도 불편한 존재였다.

당태종이 장손황후(長孫皇后)에게 “위징을 죽이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에 황후가 예복을 입고 나와 큰 절을 올리며 고하기를 ‘군명신직(君明臣直)’

“군주가 밝으면 신하가 곧은 법입니다. 위징이 곧은 것은 폐하가 밝다는 것이니 감축드릴 일입니다”.

'임금이 밝으면 신하는 곧다'고 했다.

역사가 돌고 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국가를 비롯한 모든 조직은 최고 권력자 측근에 어떤 인물이 포진해 있느냐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권력자에게 전하는 측근의 말과 처신 등이 좋은 정치 풍토를 만들어 휼륭한 지도자를 만들기도 하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지 못하면 결국 지도자도 측근들도 몰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불과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문정부 역시 마이 웨이를 외치는 불통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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